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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 류 지음/박제이 번역/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출판
- 이 책은 일본의 역대 정권이 원전 정책을 어떻게 펼쳐왔는가란 문제를 다룬 책은 아니고, 원전 건설에 수반하기 마련인 부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갈등과 조정 과정을 다룬 책도 아니며, 원전의 존재 그 자체나 중대 원전사고로 인한 인체 피폭이나 환경파괴를 다룬 책도 아니야.
이 책은 원전 건설을 국가적으로 밀어붙이기로 1950년대에 이미 결론이 났지만, 일상다반사적으로 지진이 나는 지리적 특성을 지닌 나라인데다 원자폭탄의 트라우마가 아직 생생히 살아있어서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실로 만만치 않았던, 그리고 패전 이후 단행된 민주화로 인해 더이상 이전 시대처럼 위에서 정책을 밀어붙일 수는 없었던 '민주주의 국가 일본'에서 원전건설의 당위성이 될 국민적 동의를 얻고, 나중에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를 등에 업은 원전 추진 세력(저자가 '원자력 무라'라고 부르는, 도쿄전력을 위시한 국영 전력회사들이 중핵을 이룸)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벌여온 수십 년에 걸친 원전 바이럴 - 저자가 원전 프로파간다라고 일컫는 - 의 역사를 메인으로 삼고 있어.
- 일본 역시 국영기업이 독점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야. 우리나라의 한전과는 달리 지역을 따라 9개의 국영기업으로 쪼개져 있지만 이 9개 기업이 자기 관할구역 내에서 전력공급 독점권을 지녔다는 점은 다르지 않아. 애초에 경쟁자가 없고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이 아닌지라 광고에 공을 들일 절실성은 희박했을 텐데도 9개 전력회사는 40년 동안 도합 2조 4천억 엔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소니나 토요타의 광고비와 맞먹는 액수라고)를 홍보비로 사용했다네.
이 정도로 거액의 홍보비를 투하하게 만든 데는 원전 문제가 컸어. 그들은 원전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으로 위험한 점은 감추고 호도하는 알기 쉬운 캐치프레이즈로 40년 넘는 세월동안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점점 진화된 바이럴을 계속하며 국민적 합의를 유지하려 했으며, 그런 노력의 성과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기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지지율은 80% 수준이었다고 해.
이런 식으로 40년 넘게 계속해온 광범위한 바이럴이 서브리미널 효과를 보면서 국민들에게 원자력 안전신화를 심어나갔지만 이들이 홍보비를 투하하는 건 단순히 여론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어. 자기들의 돈을 먹은 독과점급 광고대행사들(특히 덴츠)과 언론들(TV, 라디오, 전국지 신문, 지방신문 등등)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서 좋은 말만 하게 유도하고, 그들이 원전문제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없도록 길들이는 용도가 국민여론 유도목적 이상으로 컸다네.
특히 이런 광고에 약한 언론이 원전 가동 중인 현에서 그 현을 대표하는 지방신문(소위 현지)들로, 거대언론이 아닌 이들에겐 거액의 원전 홍보 광고를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게재해준 원전 추진 세력은 정말로 고정적인 VIP 수입원이다 보니, 언론 본연의 사명을 지키기가 더욱 힘들었다고 하더군. 노골적인 찬양기사는 쓰지 않더라도 각을 세운 비판은 회피하자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경우가 많았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후쿠시마 현의 양대 현지는 2002년 도쿄전력의 은폐문제가 이슈화되기까지 수십 년 동안 원전에 비판적인 기사는 절대 싣지 않았을 정도로 원전 추진 세력과의 유착이 심했다고.
- 저자는 언론 역시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고 자기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나 집단에는 자연히 물러지니, 아무리 지금 선호하는 언론이라 해도 그들을 덮어놓고 믿으면서 뇌를 의탁해선 안 된다. 아직 꺾이지 않고 바른 말을 던지는 사람/집단을 찾으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항상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어. 광고업계에서 오래 일했고 횡령죄로 징역까지 살았던 특이이력도 있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실력은 인정받는 사람인 듯해.
(쟈니스 창업자인 쟈니 키타가와 미투 폭로사건 당시의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쟈니스 대표이사에게 "쟈니 키타가와의 이름을 회사명칭으로 계속 쓰는 건 히틀러나 스탈린의 이름을 주식회사명으로 다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들이받아서 - 결국 쟈니스는 '스마일업'으로 회사이름 갈아버렸지 - 급유명세 타기도 했던 듯)
- dc official App
우와 이런 책 재밌다 옆나라지만 참 비슷하면서 다르다
'청정 원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초장기적 바이럴에 관심이 간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거야
원전 초창기에 미국에서 발전소 지을땅 찾아보다가 적합한 곳이 원주민 구역이라 쫓아내고 거기 지음.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이후에 원전 위험론이 대두되고 위험을 어떻게 후세대에 전파하느냐, 제일 오래가는 정보전달 방식이 뭐냐로 연구함. 구전(oral)이 제일 오래갔음. 그래서 쫓아낸 원주민들한테 구전문화, 신화 배우러 감... 원전과 관련된 웃픈 이야기임.
낙후되고 만만한 곳 잡아서 원전 짓는 건 매한가지구나... 후쿠시마에서 밀려나서 타향살이하는 그쪽 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려나
@ㅇㅇ 낙후라기 보다는 틀린말은 아닌데 일단 미개발 지역이고 환경조건이 좋아서 원전 부지로 적합한거였음. 인디언들은 자연 관리하니까. 수원도 풍부한 지역이었던거 같음.
@ㅇㅇ(112.173) 번외로 나라별로 원전이 가지는 이미지나 위.상이 좀 다름. 프랑스는 이공계 엘리트들에게 원자력이 자부심의 상징이라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 엘리트들에게 원전 포기는 자기들 위.상과 영향력 상실임. 어느정도 이런 이유로 프랑스가 친환경 에너지안에 원자력 넣을려고 엄청 로비한거고
분명 프랑스도 주요 원전 수출국 중 하나였지 그쪽의 엘리트들이라면 분명 원자력 발전에 관한 자부심은 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