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아이테토스 편에서 소크라테스는 수학자 테오도로스에게 어린 수학자인 테아이테토스를 소개받고 앎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눔. 이 대화편은 결국 앎이 무엇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마무리하는데, 사실 이 대화편의 속뜻은 소크라테스가 테아이테토스를 시험하고 그에게서 철학자의 가능성을 엿봐서 본격적으로 양성하는 것 같음.
국가 6권에는 선분의 비유가 등장하며 인식의 단계를 네 단계로 나누는데, 각각 ‘상상(eikasia)-믿음(pistis)-추론적 사고(dianoia)-지성에 의한 앎(noesis/episteme)’으로 구분함. 이 중 추론적 사고(dianoia)에 대해, 510c~511a에 걸쳐 소크라테스의 중요한 발언이 나옴(이하 박종현 교수님 역본 발췌).
"기하학이나 계산(산술) 그리고 이와 같은 것들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홀수와 짝수, 도형들, 세 종류의 각, 그리고 각각의 탐구에 따른 이런 등속의 다른 것들, 이것들을 이미 알고 있는 것들로서 가정한다는 걸, 또한 이것들을 가정들로 채택하고서는, 이것들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명백한 것들로서, 자신들에게도 남들한테도 더 이상의 아무런 설명도 해줄 필요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걸 말일세. 이 가정들에서 출발하여 곧 나머지 것들을 거쳐서는, 애초에 고찰을 시작하게 된 대상에 이르러 일관성 있게(모순되지 않게)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것도 말일세."
“그런데 이건 내가 '지성에 의해서[라야] 알 수 있는'(noeton) 것이라고 말한 종류(eidos)이긴 하나, 이 종류의 탐구와 관련해서는 혼은 어쩔 수 없이 가정들을 이용하게 되고, 원리(근원)로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는데, 이는 혼이 가정들에서 벗어나 더 높이 오를 수가 없기 때문이네. 그 아래 단계의 것들에 의해 닮음의 대상들로 된 바로 그것들이며, 그 아래의 것들에 비해 명백한 것들로 판단되고 존중되는 것들이기도 한 그것들을 또한 혼은 상(모상)들로서 이용하네.“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추론적 사고(dianoia)에 속하는 수학적인 것들은 숫자, 도형을 통해 각각의 것들을 알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이런 것들의 의미들을 ‘이미 알고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토대로 지성의 것을 이야기함. 이는 사람의 혼이 현실에 묶인 가정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임. 즉 수학적인 것들은 형상 자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자나 실물에 비하면 형상에 가까운, 형상과 가장 닮은 것임을 의미함. 그러니 지성의 사고를 위해서 수학적인 것을 토대로 변증술을 통해 가정(hypothesis)들을 파괴하며 나아가야 함을 의미.
테아이테토스는 당대 최고 수학자였던 테오도로스의 제자인 수학자였음. 소크라테스와의 첫만남에서 테아이테토스는 부등변수인 제곱근의 제곱에 따른 정사각형화의 이야기를 하며 본인이 아는 것은 이런 것들임을 밝히고는 이게 소크라테스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답이 아닐 것임을 안다고 겸손하게 나옴.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미 테아이테토스는 추론적 사고를 마스터한 인물이지만, 더이상 상승하지 못하는 상태였음. 이에 소크라테스는 테아이테토스에게 철학자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것 같음. 그래서 그의 사고를 추론적 사고에서 지성의 사고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들이 나오는데, 그 핵심 구간이 185c~d에 나오는 다음 부분이라고 생각함(정준영 교수님 역본 발췌).
“소크라테스: 그것들(봄, 들음, 맛봄) 뿐 아니라 모든 것들에 걸쳐 있는 공통적인 것을 자네에게 밝혀 주는 힘은 무엇을 통해서 그렇게 할까? 여기서 공통적인 것이란 자네가, ‘있다’거나 '있지 않다'라는 말로 가리킨 것, 또는 방금 우리가 그것들에 관해 물을 때 쓴 말들로 가리킨 것을 말하는 것일세.
테아이테토스: 하지만 소크라테스 선생님, 제우스께 맹세코 저로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빼고는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저런 경우에 있는 고유한 그런 도구가 이런 경우에는 아예 있지도 않은 것 같고, 제가 보기엔 모든 것들과 관련된 공통적인 것들은 영혼 자체가 자신을 통해서 고찰하는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인식에 있어서 우리가 봄, 들음을 각각 눈을 통해, 귀를 통해 라는 대답을 테아이테토스에게 받아냄. 이는 눈 또는 귀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혼에 의한 도구적인 성격을 띄고있으며 이는 소크라테스가 원하던 대답임. 이에 소크라테스는 고도의 함정을 놓음. 시각과 청각이라는 같은 것들에 걸쳐있어 개별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들, 즉 공통적인 것(koina)들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고 질문함. 이때 테아이테토스는 “영혼 자체가 자신을 통해서 고찰하는 것 같다”고 철학자로서의 자질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답변을 했음. 그런데 대화편 여러곳에 등장하듯, 소크라테스는 이데아를 “지성에 의해서[라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함. 그리고 앞의 두 가지(시각과 청각)는 감각의 것들임. 반면 혼에 의해 인식하는 것은 결코 감각의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영혼에 의해서 인식 가능함. 즉 소크라테스는 테아이테토스가 이데아를 인식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하려고(=상기하게 하려고) 고도의 물밑작업을 한 것. 그리고 여기서 테아이테토스의 대답에 만족한 소크라테스는 테아이테토스더러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극찬을 해줌. 왜냐? 마침내 추론적 사고에서 지성의 사고로 도약하며 철학자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한 가지 시사하는 점이 있다면 테아이테토스 편은 테아이테토스가 코린토스 주둔지에서 이질에 걸려 후송된 상태라고 도입부에 언급됨. 실제로 그는 얼마 가지 않고 사망함. 그는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속한 제자였고 유클리드 기하학 원론 10권과 13권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비범한 인물이었음. 플라톤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 대화편을 작성하며, 자신의 제자가 천제 수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진리를 탐구했던 진정한 철학자였단 것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음. 무엇보다 소피스테스 편에서 소피스테스의 본질을 밝히는 치열한 작업을 한 것이 결국 철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피스테스로 타락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듯 한데, 국가 7권 538b에도 청년에게 잘못된 변증술적 논변 교육이 이루어지면 물어뜯는 개처럼 오직 남을 반박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옴.
결론적으로 플라톤은 테아이테토스 편을 집필하며 총명했으나 그 날개를 펼치지 못한 제자에게 불멸을 안겨줌과 동시에 철학자의 자질을 가진 사람을 교육하는 방법론을 이 책에 담고 싶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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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좋네 추가로 추도이자 헌정이라고 생각해보면 굳이 액자식으로 초반부에 두루마리 읽게 시키는 게 지나가버린 일이라는 강조인 것 같네
이후 소피스테스와 이어짐을 감안하면 고도의 설계임을 알 수 있음. 플라톤이 이 정도로 예우를 갖춰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어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