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못이긴 한데 그래도 재밌게 읽었던 내용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몇 자 적어봄
리벳 실험은 자신이 누르겠다 의식한 시점과 뇌의 전기 자극이 발생한 시점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었음. 이걸 가지고 리벳은 사람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 뇌에서 먼저 반응하냐고, 물질이 선행한다는 근거로 주장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이 논증엔 약간의 허점이 있음. 이후에 처칠랜드를 필두로 한 뇌과학-철학자들은 다음 사항들을 반대로 질문함
1) 실험이 정합할까? 그 뉴런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분명치 않은 거 아님?
2) 뇌에서 전기 자극이 먼저 발생한다는 것이 자유의지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사실 그 뉴런이 발화한 게 어떤 자유의지의 개입 때문 아님?
3) 뇌가 착각한 거 아님? 사실 우리가 의식을 한 다음, 그거를 나중에 보고할 때 그 시점을 뇌가 수정하는 게 아닌가? 그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음?
사실 리벳의 실험 자체는 자의적이고 조잡한 부분이 있어서 주류 연구에선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추세였음. 특히 뇌가 착각한 걸 어떻게 걸러낼 수 있냐는 처칠랜드 류의 주장에 취약했음.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반대 설명이 그렇게 명쾌하진 않았음. 아직도 그렇지만 뇌라는 물질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자아라는 추상적인 현상으로 매핑이 잘 안됐거든.
리벳도 그렇고 학계의 통상적인 뉘앙스는, 어떤 특정 뉴런이 있어서 이것이 발화하면 의식을 하거나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했음. 예전에 송과선이 있어서 의식과 뇌를 연결하는 부분이 존재할 거라는 가설에서 그렇게 멀리 오진 않은 거지. 그 가설에 기반해서 봤을 때에만 리벳의 실험은 자유의지를 반박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사실 이런 뇌과학적 가설은 반박이 많이 됐는데도 (전두엽이 의식을 담당한다, 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한다 따위) 대안적인 설명이 없어서 따르는 상황에 가까웠음. 물론 뇌과학계에선 탐탁치 않아하지만 가브리엘 마르쿠스 등이 꼬집는 뇌과학의 한계가 이런 부분이었음. 특정 뉴런이 나를 담당하면 이 뉴런만 빼면 더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건지 등의 반론을 제기한 거지.
그런데 혜성같이 등장한 남자, 대니얼 데닛.
데닛이 리벳의 실험 결과를 통합하면서 의식을 설명할 수 있는 대안적 이론을 제안함.
요는 의식은 어떤 특정 물질이 아니라 프로세스라는 것.
그러니까, 무슨 의미냐면 뇌의 부분 부분들에서 각자 정보를 산발적으로 처리하는데, 이 과정의 어느 하나가 의식이 아닌 전체가 의식이라는 발상임.
우리는 발가락을 찧을 때, 눈에 들어온 그 찧는 순간과 찧는 감각을 동일한 시점에 발생한다고 생각함. 그리고 "아 ㅅㅂ ㅈ같네" 하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게 됨.
하지만 실은 발가락 자극과 시각 자극은 뇌에 다른 시점에 도착함. 근데 왜 우린 그게 같은 시점에 들어왔다고 착각하게 될까? 그건 자극이 들어오고 이걸 처리하는 중앙 처리 장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다 이걸 가지고 설명을 써두고 (몇시 몇분에 발가락과 모서리가 부딪힘, 뭔지 모르지만 고통이 있음, 아 ㅈ같다, 등등이 산발적으로 발생) 이걸 통합하는 과정에서 자아와 의식이라는 허구의 무게중심이 발생한다고 보는 거임.
인 콜드 블러드 같은 범죄 현장을 상상해보면 됨. 누가 누구를 공격함. 그럼 이제 주위 이웃들과 경찰, 기자 등이 와서 각자 정보를 수집하겠지. 그걸 가지고 누구는 기사를 쓰고, 누구는 소문을 퍼뜨리고, 누구는 짧은 보고서를 작성할 거임. 그런데 그것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디에서 자기가 범인이라는 전화도 오고, 소설도 나오고, 그러다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그랬었다 하는 식으로 인식이 점점 고정되게 됨. 이 과정 전체를 나중에 보게 되면 범죄자와 경찰로 구성된 단일한 이야기가 나오게 됨. 우리는 그 단일한 이야기의 중심 - 주인공을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
별개로 이건 지금 LLM에서도 보이는 현상임. LLM이 어떤 토큰을 뱉을지 결정하는 단일 뉴런은 없음. 인풋이 여러 정제 과정을 거쳐 토큰으로 변환되는 형태인데, 그래서 LLM이 내부적으로 어떤 사고를 거치는지 파악하기 위해 아예 이걸 1대 1로 매핑하는 별도의 트랜스포머를 학습시키기도 함.
결론: 대니얼 데닛의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강추
- dc official App
맞다 결국 뇌는 단일의 세포가 아닌 커넥톰 전체로 이해해야됨 연결정보 자체가 동작함
이분 책도 다 좋네요
그 다윈 쓰신분이구나
자유의지 실험은 늘 저 사례만 나오고 뭔가 단편적이어 보여서 이상했는데 역시 신뢰도가 낮은 실험이구나
그래도 대닛 같은 경우엔 그 실험 결과 자체가 나중에 재현도 되기 때문에 결과는 유의하다고 봄. 대신 자유의지가 없다가 아닌 의식 프로세스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연구하는 방식으로 해석을 돌려야한다고 주장할뿐 - dc App
결론 : 약먹자 다들
심미아스의 '영혼은 일종의 조화가 아닐까?'하는 질문이 떠오르네요
오오 굿 - dc App
나중에는 고정되었다고 느끼는 자아라는 개념은 사실 일어난 일들에 사후서사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본거 같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필요한 이유는 편견같은 고정값이 있어야 벌어지는 사건에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즉각적이고 위험한 상황에 제로 베이스에서 판단하면 생물로서 너무 위험함)
재밋다
책추천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