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는 순간 내 의지대로 혹은 그게 아닐지라도 뭔가를 그렇게 버린다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끝내 했어야 할 말들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지만
그건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기 위한 것들이 아니다
그저 맴돌던 많은 것들이 어디서 모두 부셔져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 만져지는 굳어버린 껍질은 온전히 내 것 같다만
욕심이 많아서인지 나는 가진 적 없는 것을 버리고 또 버리느라 말이 많다
믿음과 소유는 다르다
버나드가 빛의 형상에서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믿는다는 언어의 경로를 지나칠 뿐 그것은 소유와 구분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그 떠오르는 빛은 울프가 묘사한 언어이자 본인이 램프를 들어 올렸던 연출이었고
그 조명이 닿는 곳의 계도 구분해 놓았다
그 아이는 물론 거기선 그 누구도 애초에 순수한 빛을 본 게 아니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가 지정한 운명 위에 놓였지만
그 운명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울프 그녀 자신이기도 하다
그녀는 버나드를 가졌고 버나드는 그녀가 준 빛을 가졌다
그러나 그런 전능감은 그 빛이 지정한 계를 벗어나는 순간 쉽게 바스러지고 만다
거기엔 이미 그런 소박한 계를 압도하는 체계가 있고 경쟁이 있고 나의 존재와 소박한 계가 이미 걸쳐있는 부조리가 있고
우주는 커녕 작은 학교마저도 버나드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세상 속에서 자신이 광원이 아님을 그렇게 체화해 가지만
그걸 버릴 말은 여전히 그에게서 나오지 않고 계속 맴돌고 스스로도 계속 되돌아오고 있다고 느낀다
자신만의 빛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길 원하던 로다를 죽인건 버나드가 아니다
그들의 처음 넓어진 세상에서 중심이 된 퍼시벌 조차 그 계가 다시 확장되면 말 한 마리를 다루지 못하는 존재일 뿐이다
더 넓은 계에서 중심으로 간 루이스도 처음처럼 그 계의 램프 아래를 훑고 다니는 건 마찬가지
그녀는 그 동그랗게 퍼져나가는 규격에 맞는 자신의 환상을 꾸미기 싫었음을 표현할 용기가 남보다 많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녀의 회한 뒤로 쏘아진 것은 태양이 지며 돌 틈에서 새어나와 뿜는 붉은 빛과 황금 빛의 화살이고
그녀가 믿지 않았고 보지 않으려 했던 그 빛의 물리력에 그 어떤 틈새도 허락 않던 회색 담벼락은 무너졌다
수잔 역시 언어를 소유를 위한 질서로만 이해하고 믿음 위에 존재하던 것들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녀는 말 없이 자신의 질서를 세웠으나 곡식이나 가축이라는 엄연하고 생생한 자연 외에 것들도
거기서 자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빛의 경계 안에서 그 아래를 더듬고 다니거나
그 빛의 부재 혹은 그 빛의 불신으로 밖에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끝에
술집의 마감 시간을 지키듯 버나드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숭고한 연극이 끝나고
울프는 마침내 그 램프를 바닥에 내려놓듯이
처음부터 말해지지 못했던 말 하나를 그 자리에 되돌려 놓는다
파도가 해변에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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