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이제 단조로운 시간 속으로 돌아가고
느릿느릿한 붉은 소들은 방울소리를 내니 때는 가을이다
하늘은 황금색 나뭇잎들 사이로 구멍을 내고
10월은 검전기처럼 흔들리며 심술을 부린다
우리들은 카롤링거 왕조* 시절 얼빠진 왕들과 같아
우리의 꿈은 부드러운 암소 가죽처럼 내딛는다
저 들판 끝에서 누군가 죽어가는 것도 알지 못하고
석양도 알지 못한 채로 새벽은 밝아온다
우리들은 텅 빈 집들을 헤매고 다닌다
쇠사슬도 흰 천도 신음소리도 생각도 없다
정오의 유령이다 한낮의 유령이다
사랑을 속삭이던 어느 인생의 망령이로다
20년 뒤 우리들은 망각의 현관 속에서
우리들에게 익숙했던 천 명의 라튀드**를 되찾는다
어두운 독방 속 지난날의 행적을 다시 더듬지만
마치 저들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것만 같다
틀에 박힌 문구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
사람들은 마침내 그 어떤 오만함도 연애담도 내려놓고
입술 위에 맴돌던 것은 바보같은 말뿐이다
라디오에서 질리도록 틀어대던 타령이다
20년이란 그저 어린 시절 스쳐간 찰나일 뿐인데
20년 뒤에 우리가 함께 떠난 그 순진했던
어린아이들을 다시 우리들의 적자로 만나게 되니
이 얼마나 가혹한 처사인 것인가
20년이란 우리 삶 전부와 빗겨버린 꿈이
대(大) 알렉상드르 뒤마의 빈정대는 세 글자 위에
당신이 사랑한 자의 그림자와 함께
새겨진 아이러니한 제목*과 같다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단 하나뿐인 사람아
오직 그녀만이 붉은 10월과 같이 살아남았도다
오직 그녀만이 내 사랑이며 불안과 희망을 모두 품는도다
하여 그녀의 편지를 바라며 오늘도 날을 세고 있도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는 인생의 절반밖에 누리지 못했구나
오 내 여인아 우리가 함께한 성숙했던 시간은
충분치 않았을지언정 행복한 시절이었도다
우리 둘에 대해 사람들은 이리 이야기하곤 했다
그 사악한 젊은이한테 그대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저 멀리 아른거리는 표식이나 바닷가 모래사장에
새겨진 글자처럼 그는 사라져 갔다
그대는 그 그림자도 무가치함도 알지 못했도다
하늘에서 구름이 변하듯 사람도 그러하다
그대는 내 얼굴을 무드러이 쓰다듬어 주었고
걱정스런 기색이 역력했던 내 이마를
흰 머리가 난 데마다 손을 얹어 주었다
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오직 그대만이
슬픈 황혼의 시간 속에 내게 존재한다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내 시의 맥락도
내 삶의 흐름도 기쁨도 목소리도
네게 사랑한다는 말을 다시 말하고 싶었기에
그대 생각 없이 말하면 그 말마저 가슴 아프도다
* 8세기부터 10세기까지 서프랑크 왕국을 지배한 왕조. 샤를마뉴가 이 왕조 출신이다.
** Latude. 프랑스의 작가로 퐁파두르 부인에 대한 음모를 꾸민 죄로 수감되었다가 몇 번이나 탈옥하였다.
*** 알렉상드르 뒤마 페르(대 뒤마)의 소설 <20년 뒤>를 의미한다.
아라공은 1919년까지 제1차 세계 대전에 징집되었다가 20년 뒤인 1939년에 2차 대전이 일어나자 다시 징집되었다.
아라공 <<< 엘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감도 안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