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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사실 다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조정래가 감옥 안 간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었음. 초중반은 그렇다쳐도, 한국 전쟁 발발 이후부터는 거의 빨치산 찬양가임. ㄹㅇ. 실제로 공산주의 찬양가도 자주 나옴.
물론 북한 찬양과는 맥을 달리함. 주로 등장하는 건 남한에서 빨치산 활동을 했던 남로당 계열인디... 알다시피 휴전 이후 박헌영을 위시한 남로당 인사들은 죄다 숙청당함. 근대문학시리즈에 간간히 등장하시는 임화도 이때 죽었고. 마지막 권에서, 김일성 정부가 남로당 계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명시하기도 함.

-토지와의 비교
저번 1부 리뷰 때 대체로 다 말한 거 같음. 다만 추가로 느낀 점은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의 차이임. 물론 이 떡밥은 한때 독갤에서 자제해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문학계의 거장들을 남성 여성 프레임을 씌우긴 싫지만, 태백산맥과 토지는 남성/여성의 차이가 크게 두드러짐.
토지는 기본적으로 모성적임. 사람과의 연대가 중시됨. 토지에서 악역이라 칭할 수 있는건 조준구나 김두수 뿐이고, 남은 인물들은 서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함. 실제 전쟁이나 투쟁, 시위에 대해선 거의 묘사하지 않고, 사람들 간의 대화를 통해 굵직한 사건들을 내비침.
반면에, 태백산맥은 굉장히 남성적임. 김범우는 염상진(빨치산) 쪽도 심재모(지구사령관) 편도 아님. 그렇다고 김범우는 허무주의자도 아님. 결국 김범우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투쟁을 할수밖에 없음. 또한, 태백산맥엔 전쟁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기도 함.

-김범우란 인물에 대해서.
초반 태백산맥의 양상은 이러함.

빨치산 : 염상진, 하대치, 안창민, 이지숙
중도 : 김범우, 손승호, 서민영
경찰/청년단 : 심재모, 염상구

이중에서 중도는 둘 사이에 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님. 김범우와 손승호는 두 세력의 대립 속에서 피해받는 민중들을 위해 시위를 열거나 권력자들과 담판을 벌이고, 서민영은 야학과 공동농장을 세워 농민들의 삶을 도와 줌. 특히 김범우와 손승호의 주도로 일궈낸 업적이 하나 있음. 어떤 할머니가 손승호를 찾아와서, \"빨치산 아들이 3대독자인데, 며느리 씨 좀 받게 해주면 안 되겠소?\"라 말한거임. 사실 전쟁 중인 상황에선 불가능한 요청임. 하지만 김범우와 손승호는 이념보다도 인간이 먼저라는 생각에 요청을 받아들이고, 심재모와 염상진을 설득해 냄. 이념 다툼을 넘어, 인간과 민족을 향하는 중도의 모습이 제법 괜찮게 느껴졌음. 물론 김범우가 알게모르게 잘난척 하는 스타일이라 조금 정이 안 가더라 ㅋㅋ

-이랬던 태백산맥이...
김구가 암살당하고, 전쟁이 발발하고, 손승호, 김범우는 완전히 빨치산 쪽으로 전향함. 아마 한 6, 7권 쯤이었던 것 같은데, 이때부턴 빨치산 찬양임. ㅇㅇ.

-역사적 의의
일단 초반에, 김범우의 입에서 나오는 \'민족의 발견\'은 제법 타당성 있는 주장임. 소련의 팽창주의, 미국의 패권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민족이 자주성을 되찾아야 했음. 물론 당시 상황에선 무척 힘든 길이었겠지만...
김구 암살과 전쟁 발발로, 민족 통합의 길은 사라지고, 민족 분열의 길로 향함. 이때 김범우와 손승호는 차선책으로 빨치산을 택했던 것임.

전라도는 땅이 넓고 비옥하고, 때문에 토지 문제에 굉장히 민감한 지역임. 동학농민 운동이 제일 크게 일어났던 곳도 전라도고.
광복 후, 남한엔 크게 4개의 세력이 있었음. 한민당의 이승만, 임시정부의 김구, 건국준비위원회의 여운형, 남로당의 박헌영. 근데 이승만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주장했음. 지주들한테 보상없이 몰수해서, 농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거임. 이승만은 유상몰수, 무상분배. 지주들에게 돈을 주고 사서, 농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임. 당연히 농민들은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원했음. 그런데 이승만이 미국과 손잡고 권력을 가져가버리니 농민들 입장에서 밉보이는 것도 당연함.
빨치산을 착하고 위대하게 묘사하고, 미군과 경찰들을 지나치게 쓰레기로 묘사했단 점에서 편파성을 부정할 수 없음. 다만 농민의 시각에서의 역사서술을 시도했던 점은 가치가 있다 생각함. 그리고 빨갱이들을 잡겠다며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보도연맹 사건을 서술한 것도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다 생각함.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들
작품의 주인공은 김범우, 염상진이라 할 수 있음. 근데 김범우는 묘하게 선민의식이 있는 인물이라 그닥... 염상진은 빨치산 미화의 정점에 달한 인물이긴 하지만, 제법 매력있는 인물이라 생각함. 마지막 수류탄 들고 자살한 부분에서 조금 울컥하기도 했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서민영. 김범우, 염상진, 안창민의 스승이자 기독교적 사회주의자임. 공동농장을 열어 농사짓는데 몰두하고, 야학을 열어 농민들을 가르침. 톨스토이가 꿈꿨던 이상적인 삶이 서민영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마치며
10권에 달하는 이 장편소설의 마지막은 하대치가 염상진의 묘소를 찾는 장면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빨치산들은 허리가 끊겨버린 태백산맥을 표현하는 듯 함. 태백산맥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것으로 4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겠음.

\"끝 간데 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 적막은 깊고, 무수한 별들의 반짝거리는 소리인듯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그림자들은 무덤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막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