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시록 이래로 네 번째 여름
불가사의한 희미한 불빛이 지평선 위에 나타났다

이제 일식의 끝에 다다르는 것인가
희망이 감옥 속 짚더미에서도 몸부림친다

들어라 삐걱대는 문짝처럼 신음하고 있는 한밤을
사형 집행자들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드는 새벽이다

겁먹은 귀공자들이 호위를 거느리며 저택으로 돌아간다
피로 물든 옷가지를 씻고 있는 여인들의 집으로 향한다

지금까지 저들의 영지였던 이 공포의 제국에
온갖 소문들이 쏟아지고 또다른 이야기가 퍼진다

처음으로 살육이 아니라 인간다운 말이
폭군들의 입술을 벌리게 한다

저들이 면죄부를 운운하고 미친 짓이라 지껄이면서
오늘도 어디선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에

이제부터는 달콤한 사랑의 말을 속삭이기를
그 거창한 가슴은 산산조각난다고 세상에 증언해주길

분장한 주름살 아래 언제나 참된 얼굴은 다시 드러난다
저 살인자들은 수가 세어지고 명부는 모두 채워진다

저들은 범죄로 저지른 범죄를 정당화하며
비통소리에 놀아나며 즐거워하고 있던 것이다

예전의 우리는 저들의 말먹이와도 같은 신세였으나
이제 저들의 전차와 음모에 맞서 당당히 서 있다

권력은 규율이 되어 심히 정신을 모욕하였고
그 법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저들은 멍청하다고 비웃었다

모든 것이 변하기 위해 저들의 형이상학은
빛나 보이는 겉치레만으로 충분했다

모든 것이 변하기 위해 저들의 철학은
음악을 살짝 변주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기묘한 시대의 기묘한 계절이다
늑대가 숲 속에서 전도하고 싶다는 모양새이다

너덜너덜 찢어진 솜이 빠져나온 방석같다
누가 보든 간에 그 속내와 비밀이 다 보이는 것이다

유럽의 교차로에서 연설을 전하는 자들이
패배한 나머지 절망 속에 식은땀을 흘린다

박애주의자들의 연미복을 걸친 허수아비들은
새벽녘 목매달아 죽은 시늉을 하고 있다

눈앞에 패망이 들이닥쳐도 믿고 싶지 않아하며
저들은 허공 속에 동강난 검을 휘두른다

허나 저들을 둘러싼 군중은 생생한 거울과도 같아
그 모습은 이미 목이 잘린 얼굴로 비친다

부질없다 거창한 말로 속이려 들고
새벽이란 잔혹한 것이라 지껄여대도 말이다

부질없다 어둠을 광명이라 이름 붙이고
무지를 미덕의 반열에 올려 두어도 말이다

자기네 장례식의 발걸음을 우리에게 강요하려 들어도
이교도들의 신들로 우리의 조각상을 바꿔치려 들어도

비겁함을 강요하며 노예정신을 설파하고
여기저기 병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려 들어도

남자를 감옥으로 여자를 과부로 전락시키려 하고
모든 것을 더럽히고 혼동시키고 욕보여도

부질없다 다시 저들의 헌병들에게 명령하려 해도
부질없다 저들이 뺏은 전리품을 품으며 잠들어도

저들은 제 눈물 색깔을 결코 감추지 못한다
반드시 밤이 가고 새벽이 오고야 말 것이다

새벽은 반드시 그 구릿빛 손으로
암흑의 왕들과 그 썩어빠진 음유시인들을 불태워야 한다

거짓된 십자군과 수작을 부리는 요술사들의 손아귀에서
저 분노에 불타는 대지는 해방되어야 한다

두려운 것이다 저들에게는 숨쉬는 모든 것들이
요람 속 자장가마저도 여름철 새소리마저도

심장이 뛰는 소리에도 겁을 먹고 몸을 숨긴다
모든 것이 환영으로 쇠사슬로 유령의 집으로 보인다

잠결에 들은 발소리마저 불침번을 서는 소리로 들린다
대체 무엇을 꿈꾸었기에 저들을 이리도 잠 못 들게 만드는가

저들의 기억은 불 속으로 영혼은 가시덤불 속으로 던져진다
이번이야말로 누군가가 저들의 목을 졸라매리라

모두가 본다 지옥의 관문 앞에서
흰 뱀이 기어나오고 흰 새들에 대해 말하는 것을

모두가 본다 저들 뒤의 순교자들이
엄지손가락을 거꾸로 들고 핏빛 손짓을 보이는 것을

모두가 본다 저 배신자들의 비몽사몽한 개안(開眼)이
마침내 태양에 명명백백히 드러나 동요하는 모습을

모두가 본다 그들 곁의 신부가 비극적이게도
입을 맞추도록 십자가를 내미는 모습을

모두가 본다 미래에 저들이 물어뜯기는 모습을
모두가 본다 수레바퀴에 저들이 짓눌리는 모습을

모두가 본다 저 사형수들의 몰골을
그리고 총알에 뚫려 더러운 피가 쏟아지는 모습을

마침내 다가올 끔찍한 심판의 낙인은 저들이
헛되이 가리려 해도 그 살갗에 드러나 있다

로봇들의 이마를 밝히는 촛불 속에서
저들은 이미 모여들고 있다 그레뱅 박물관으로

그레뱅 박물관(Le Musée Grevin): 1882년 파리에 세워진 가장 오래된 밀랍인형 박물관. 캐리커쳐 화가 알프레드 그레뱅의 이름을 따 지어졌다. 아라공은 나치 부역자들을 박물관으로 향하는 밀랍인형에 빗대어 비꼬는 동시에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4월에 옮기고 5월에 올리는 첫번째 시로서 앞으로 연작이 번역될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