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작가: 롤랑 바르트

바르트의 전체적인 글쓰기 기조가 그냥 나랑 잘 맞는 듯함. 주요작은 거의 읽은 것 같고 이제 에세이적인 텍스트를 좀 파볼 예정

아래부터ㄴ분류대로
들뢰즈의 니체: 말 그대로 들뢰즈의 철학사 주석 시리즈 중 니체. 들뢰즈의 주요 핵심어인 생성 등이 누구한테서 나왔는지 알 수 있으며, 들뢰즈 특유의 독특한 철학자 해석이 훌륭

ㄴ 반시대적 고찰 2: 들뢰즈의 니체부터 삘 받아서 읽기 시작. 전집 하나를 쪼개서 기록. 니체는 세 가지 역사적 태도를 이야기하며 굉장히 열렬하게 역사학이 새로운 삶에 분과로 열일하기를 종용함. 역사학 좋아할 사람들도 영감 받을 만한 아주 강렬한 텍스트임(라고 생각됨)


한씨연대기: 의외로 안 읽어봤던 황석영 대표작. 옛날에 읽었으면 재밌게 읽었을까? 요즘 황석영 신화를 파헤치면서 읽어보니 와닿지 않은 작품이 돼버림

ㄴ 탑: 황석영 초기작. 입석 부근부터 밀살까지 실려 있음. 확실히 고유한 세계와 재미가 있는 꾼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음. 지금 와서는 황석영이 밀어 붙이는 세계색이 짙은 작품들보단 다소간 거리를 둔 채 이야기가 나아가는 밀살을 좋아함

ㄴ 삼포 가는 길: 황석영 찐찐대표작인 70년대 중기작 모음. 삼포 가는 길이랑 돼지꿈은 GOAT가 맞는 듯. 이때 황석영이 연극(마당극) 활동을 활발히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때 작품에 새겨진 특유의 구성이나 묘사법이 연극적인 색채와 관련이 있을까 싶음


정신과 의사: 브라질 문호 마샤두 지 아시스의 단편 4편 중편 1편 실린 선집. 어쩐지 좀 낯설게 읽혔음. 작품이 전체적으로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데, 굳이 따지자면 <향수> 읽었을 때랑 비슷한 느낌? 굳이굳이 비유를 덧붙이자면 조형적이고 역동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같음


영도의 글쓰기: 롤랑 바르트의 초기작 <영도의 글쓰기> + 중기쯤 썼던 <새로운 비평 에세이> 붙여진 판본임. 그래서 앞뒤 텍스트에 약간 거리가 있는 편인데, 잘 읽힘. <새로운 비평 에세이는> 일종의 문학사적 작업 같기도 하고, 작품에 매겨진 여러 가지 의미와 의미화를 조명시키는 방식이 아주 재밌었다. 기억에 남는 건 프루스트가 '고유명사'를 통해 고유한 시간, 장소, 기억을 소환한다고 설명한 것. 개인적으로 아주 맛있으니 강추임

ㄴ 텍스트의 즐거움: 후기어쩌고에 있어 중요한 작품. 그 유명한 <저자의 죽음>이 실림. 문학 작품을 하나의 대문자 저작이 아니라 평평한 직물, '텍스트'로 언명하는 기념비적인 저서다. 아주 역설적이지만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언명하기 위해, 공교롭게도 롤랑 바르트를 대문자화하게 된다. 글 자체는 해체주의 텍스트에 익숙하다면 그럭저럭 수월하게 읽히고, 익숙하지 않다면 심히 난해한 편. 즉, 저작으로 읽으면 불편하게 읽히고, 텍스트로 읽으면 편하게 읽힌다. 책 구성 자체도 여러 글이 모여 있어 다소 난잡한 편. 그래서인지 대부분 발췌독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텍스트니까.

ㄴ 현대의 신화: 원제는 <신화론Mythologies>다. 번역명이 이야기해주듯 현대에 깃들어 있는 신화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다. 1부는 다양한 일상 사례 속 '신화'를 조목조목 해부하는 쪽글 모음이고, 2부는 신화라는 현상과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설명하는 <오늘날의 신화>라는 글이다. 1부는 굉장히 당시 60-70년대 프랑스 맥락에 가깝고, 아주 단편적인 쪽글 모음이라 솔직히 한 번에 읽기 힘들다. 2부 <오늘날의 신화>에서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는 매체 곳곳에 깃든 이야기 메커니즘'을 밝히는 쪽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면도 좋았음...

ㄴ 밝은 방: 스투디움, 푼크툼으로 유명하지만, 난 롤랑 바르트라는 한 사람의(여기 나온 식으로 말하자면 이미 거기 있었던 누군가) 이야기로서 이 글이 더 와닿았다. 1부는 사진에 대한 조금 더 분석적인 글이고, 2부는 죽은 어머니의 사진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푼크툼'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그것을 되새김질하는 글이다. 롤랑 바르트는 이 글을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했고, 치료 거부를 하여 세상을 떠난다.


세 번째 경찰관: (이걸 말해도 되나 싶긴 한데) 메타픽션 포모 같지만 그게 아니라 차라리 이론-픽션에 가깝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유머와 관념이 우스꽝스럽고 부조리한 재미를 선사한다. 수작이라고 생각함. 근데 어찌 보면 약간 애매한 입지의 소설일 수 있는게, 모-포모 입문자가 읽기엔 이게 뭐지...?스럽고 모-포모 애호가가 읽기엔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듦. 반대로 입문에서 좀 본격적으로 넘어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 것 같고 애호에서 완전히 정착해서 읽을 게 더 없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젠더 논쟁을 위한 혀 체조: 다와다 요코의 젠더-시학 책인데 여성학따위가 학문?!?!?!! 喝!!!!!!!!!!!!!!!!!!!!! 하는 독붕이들도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으면 다와다 요코 책 아무거나 집어다가 읽고 싶어지게 됨


임금 노동과 자본·가치, 가격, 이윤: 알라딘에선 한 책에 부제인 거처럼 가치 가격 이윤이 나오는데 둘이 별개의 권이다. 마르크스 경제학 입문으로 유명한 책... 이라고 함. 무튼 둘 다 기존 경제학에서 설정한 노동과 가치 관계라는 것이 노동자가 판매하는 것은 사실 노동'력'임을 간과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그 유명한 '잉여 가치' 개념이 나온다. 책에 숫자가 들어가면 뇌가 정지하는 나로선 얇은 책임에도 읽는 데에 제법 오래 걸렸다. 자본론 읽을 건데 벌써 무섭구나... 그렇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개념과 원리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진홍색 연구: 심심풀이 땅콩1. (어른 되고서) 처음 읽은 셜록 홈스가 <공포의 계곡>이었는데, 구성이 1부 2부로 나뉘길래 그 책만 그런 건가 했더니 원래 다른 책도 그런가보다. 여튼 코넌 도일이 원래 모험 소설 쓰고 싶어 했던 것만큼 2부가 의외로 깔쌈한 모험 소설 한 편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책이 시리즈 첫 책이라, 왓슨 과거와 함께 홈스와의 첫 만남이 나오는데, 이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홈스가 원래부터 상당히 미친놈이란 걸 알 수 있었음...


감옥의 대안: 푸코 플차 따라가다가 여기저기로 튀었더니 여기로 왔다. 어찌 보면 푸코가 사회를 구성적인 것으로 분석하고, 거기에 담긴 담론 원리를 도출하는 것의 컴팩트한 버전일 수 있겠다. 근데 책이 참 아쉬운 게 사실상 푸코 강연은 앞에 짧게만 있고 뒤에 실린 인터뷰가 푸코 인터뷰가 아니라 푸코에 관한 전문가들의 인터뷰였다... 실망했지만 그래도 유용하긴 했음. 이거 읽고 다 스킵하고 바로 감시와 처벌 빌린 건 안 비밀임...


세 가지 이야기: 플로베르가 말년에 쓴 단편집인 세 가지 이야기다. 특유의 이야기 방식을 느끼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고, 리듬을 구사하는 게 아주 독특해서 자연스레 천천히 따라가게 되었다. 이렇게 정성 들여서 푹 먹어본 소설은 오랜만인 듯? 종종 다른 책도 이렇게 해봐야겠음. 여튼 세 이야기가 생각보다 결이 달라서 약간 신기하기도 했다. 전부 <순박한 마음> 비슷한 소설일 줄 알았는데... 특히 두 번째 단편에서 사슴이 주인공 앞에 확 뛰어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왠지 머릿속에 뚜렷하게 상상되면서 기억에 박혔다. 그거랑 별개로 <순박한 마음>이 가장 잔잔하게 마음에 남았음(<순박한 마음>의 플롯이 플로베르 스타일하고 제일 잘 붙는 느낌). 그러니 마담 보바리를 읽을 것이다...


상하이 폭스트롯: 무스잉이라는 중국 신감각파 작가의 소설 선집. 모든 소설이 아주 독특한 리듬으로 구사되어 있는데, 이게 바로 폭스트롯 리듬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박태원이 상당히 생각남. 중간에 노동자가 주인공인 소설도 껴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돌출적이진 않다. 이런 식의 소재 선택이야말로 굉장히 모더니즘스럽지 않나 싶고 말이다. 여튼 빙글빙글 돌아가는 춤곡처럼, 빙글빙글 소설이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이야기 자체가 좀 단조롭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리듬이, 상하이 특유의 붕 떠있는 느낌과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느낌이 든다. 말하자면 리듬 자체가 아주 다채롭다는 느낌이 들어서, 빙글빙글...


아이누 신요집: 심심풀이 땅콩2. 아이누에서 구비로 전해온 신요 중 몇 개를 뽑아 옮긴 글이다. 이야기 방식이 무교랑 비슷하게 샤먼이 읊어주는 것이라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1인칭 서사시라는 점이 꽤 독특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원본이 노래라 이야기로 읽었을 때 굉장히 휙휙 튀는 느낌이 있다(이거도 이거대로 좀 매력적이다). 내용은 어찌 보면 정형적인 신화, 전설, 민담에 가깝고, 아이누의 세계관에 따라 움직이는 듯. 보통 동물들이 주인공인데, 몇몇 표현(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OO의 눈과 눈 사이에 있었음을 알았지 = 죽어서 영혼이 육신에 붙잡힘)도 좀 특이하다. 자연신에 대한 인식과 거리감이 동일자도 타자도 아닌 것이 또 좋기도 했달까... 여러모로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지금 쌓인 병렬독이 많아서

다음달엔 콤보 터뜨리면서 도파민 축제나 해야지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