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문은 자신의 소설을 읽는 사람이 무언가 느끼거나 숙고하거나 깨닫기를 바라지 않을 것 같았고, 읽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든 그것은 전혀 자신의 의도가 아니며 대체로 터무니없는 생각이라고 여길 것 같았고, 그래서 혹여나 사람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고 터무니없는 어떤 것을 생각할까봐 늘 노심초사하지는 않더라도 조금 신경은 쓸 지도 몰랐는데, 그래서 인터넷에 자기 작품에 대한 감상문이나 비평이 올라오지는 않나 때때로 검색해보기도 하고, 그런 걸 발견한다면 읽어보기도 전에 터무니없는 소리일 것이 분명하다고 미리 결론지어버리고, 읽고 난 후에는 역시나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거나 상당부분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혀를 찰 수도 있었고, 단지 작게 한숨만 쉬거나 어쩌면 별다른 표정을 드러내지는 않고 그냥 조금 속상해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은 인터넷 같은 것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누가 자신의 소설에 대해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별로 상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는 단지 에너지를 거의 생산성이 없는 일에, 말하자면 내다버리는 일 자체를 신성시하거나 중요하게 여기거나 적어도 재미있는 일로는 여길 것 같았고, 누군가 자신의 소설에 복잡한 지적 구조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런 게 있었냐고 화들짝 놀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뿌듯해하며 공중제비를 돌지는 않더라도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생각해내는 데에 에너지를 내다버린 것을 신성하거나 중요하거나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약간 미소지을 수도 있었고, 아니면 본인이 처음에는 실제로 그러한 지적 야심을 가지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어쩌다 보니 따분하고 피곤해서 되는대로 아무 소리나 늘어놓게 되었다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거나 전혀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신의 글 쓰는 형식 자체가 대단히 유효한 어떤 함의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런 것은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알 바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고, 혹은 그런 것에 대해서는 평소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을 지도 몰랐지만, 자신의 문체를 모방해서 글을 써보는 일은 누군가에게 권해보고 싶은 종류의 재미있는 일로 여기거나, 누군가에게 권해보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걸 하는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일반] 어떤 작위의 세계, 정영문
dd(digital7153)
2026-05-01 11:40
추천 1
다른 게시글
-
책 영화 같이하기 참어려운취미노 [7][일반] 익명(getthatmoney) | 05.01추천 0
-
목로주점이 고리오영감이랑 비슷한가? [6][일반] 익명(106.101) | 05.01추천 0
-
이기적유전자 피뎊 있는 독붕이 [7][일반] 익명(58.29) | 05.01추천 0
-
이거 해설? 줄거리? 원문에도 있는 건가요 [2][질문/답변] PineTree(latter0753) | 05.01추천 0
-
북한작가 소설 읽고 있는 중 [3][일반] 익명(211.36) | 05.01추천 5
-
번역) 그레뱅 박물관(2) - 루이 아라공 詩 [8][일반] 달밤에가린..(district6380) | 05.01추천 10
-
독린이 책샀어 [7][일반] 익명(222.112) | 05.01추천 11
-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9][결산/도전] lsd사운드..(acdc81248) | 05.01추천 14
-
스포)죽한연 2일차(2) ~83p [6][감상✍] 격물치지(incline2535) | 05.01추천 7
-
독붕이들이 즐겨찾기 해놓은 인물에 대해 알려줘 [3][질문/답변] 로즈워터씨(teen4201) | 05.01추천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