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에서 최근 연속적으로 현대 희곡의 양대 이론가인 브레히트와 아르토를 다루면서, 서사극과 잔혹극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그래서 내친김에, 미리 이 시리즈의 결말부에 해당되는 연극을 먼저 소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독서와 희곡을 좋아하는 독갤럼들이라면 다들 익숙하고, 20세기 연극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부조리극]이다....크크크큭...




사실 <부조리극>이라 불리는 작가군들이 과연 모더니스트냐? 고 묻는다면 조금은 회의적이다.


일단 시기적으로도 조금 미묘하고, 포스트모던으로 볼 수 있는 이들도 충분히 많다.



다만, 많은 모더니즘 문학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개론서들을 보면, 부록처럼 마지막에 <부조리극>을 언급한다.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므로, 일단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우선, <부조리극> 자체가 모더니스트들이 낳은 모든 걸 집대성한 결과물에 가까웠다.


둘째로, 대표적인 부조리극의 아이콘 사뮈엘 베케트의 별명은 '마지막 모더니스트'다. 실제로도 베케트는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모더니스트 중 하나였고.

즉, 베케트가 있으니까 암튼 모더니즘임!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82883957820ac9284e6b1ad3



일단, <부조리극>의 어원부터 살펴봐야한다.


이 시리즈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대머리를 믿으면 안 된다.



흔히 <부조리극>의 사전적인 정의를 찾아보면, 대충 카뮈의 <시지프 신화>가 언급되고, 사르트르 등의 실존주의의 영향 어쩌구가 언급되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에 가깝다.


알다시피, 작가란 족속들은 동시대 이들의 영향을 받는 걸 죽어도 싫어하고, 많은 '부조리극'에 속하는 극작가들이 사르트르를 싷어하거나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가?


언젠가 <모더니즘> 자체가 서로 상반되면서도 대충 묶어놓은 집단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부조리극> 또한 그러했다. 아니, 더 심했다.



애당초 <부조리극> 자체가 오늘날까지도 영향력을 끼치는 저명한 희곡 비평가 마틴 에셀린이 1960년, 대충 비슷해보이는 여러 극작가들을 강제로 묶은 후, <부조리극>이라 이름 붙인 결과물이었다.


당연히 여기에 속한다고 에셀린이 못 박은 이들은 반발했지만, 지나치게 강력해진 평론가를 누구도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오늘날까지도 부조리극이 성립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극을 설명하기 위하여 에셀린이 카뮈나 실존주의를 언급한 결과, 앞서 말한 대로 대충 부조리극이 실존주의 영향으로 탄생했다는 카더라가 나오게 되었다.


간혹 평론이 별 거 아니라고 치부하는 독자들도 있지만, 이렇게 평론가가 무서운 법이다.


예이츠만 하더라도, 자기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라고 주장했지만, 잔인한 평론가들은 그를 모더니스트로 규정했고, 오늘날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물론 에셀린의 분서 자체가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애당초 그가 맞는 말도 많이 하고, 그럴싸한 해석을 제공했기에 '부조리극'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극>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선,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수많은 모더니스트들을 다시 언급해야한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d18f3d05d309ca7e4e6b954e


피란델로 때도 말했듯, 우리의 마피아 작가 피란델로 또한 부조리극의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장 그의 대표적 <엔리코 4세>는 스스로를 하인리히 대왕이라 믿는 정신병자를 위하여 이러한 연극을 짜맞춘다는 부조리한 내용이었고,


<작가를 찾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들>은 희곡 밖으로 탈출한 등장인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하여 극장을 찾아가고, 배우들이 이를 무대에 올리느 것에 관한 희곡이었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40e409037743b3e9f3fb0fdbef0176caf728f2ce4a59e2


우리의 폴란드 약쟁이 비트키예비치 또한 부조리극의 선구자란 설명답게, 특히 동유럽 계열 희곡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죽은 등장인물이 아무런 설명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등장하고, 철학적인 삶을 고민하는 비현실적인 인물들이나 비트키에비치가 목적으로 삼은 순수한 형식의 연극은 부조리극의 조상으로 보기에도 충분하였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828f3c02805ccf224e6b7460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탈린 동무께서 친히 처형시켜준 다닐 하름스와 최후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 또한 부조리극의 조상들이었다.


말장난을 부조리하게 다루는 이 아방가르드들은 분명 부조리하였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848c3c53d50bca284e6b18ee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d98f6d0f8556c57c4e6b1ebb



당연히 현대 희곡의 이론을 제공한 브레히트와 아르토 또한 부조리극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제공하였다.


브레히트가 주장한 서사극은 부조리극에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거리두기 등에 충분히 영향을 끼쳤고


아르토가 주장한 잔혹극은 대사 이외의 베케트의 '침묵'의 강조, 혹은 부조리극 작가들이 다채롭게 지시하는 배우들의 몸짓이나 율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물론 이외에도 모더니즘의 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다다, 그리고 알프레드 쟈리 같은 이들도 큰 영향을 끼쳤다.


왜 하필 대부분의 부조리극 극작가들이 프랑스에서 활동하였겠는가? 프랑스계열 모더니스트의 영향이 지대하였다.


심지어 베케트 또한 자신의 부조리극들 대부분은 불어로 썼고, 파리에서 무대에 올렸다.


루이스 캐롤 같은 일명 넌센스 시인들로 불리는 무의미한 말장난 시들을 쓰던 이들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진정으로 부조리극의 아버지는 따로 있었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d2d8390ed80dc97b4e6b2402

그는...신이야!!!! 



바로 연극의 아버지이자 [신] 셰익스피어 말이다.



우선 셰익스피어가 발전시키고 정점을 찍은 <희비극>이 그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


희비극은 말 그대로 희극과 비극의 짬뽕이다. 주로 셰익스피어의 말년 작품들이 희비극들인데, 많은 부조리극들이 희극적이면서도 생각 외로 섬뜩한 걸 생각하면,

이러한 희비극의 전통을 계승하였다.


두번째론, 셰익스피어 본인이 연극 속의 연극이라든지, 햄릿처럼 부조리극으로도 충분히 해석할 수 있는 희곡들을 이미 남겼다.


이러한 영향 덕분에, 상당수 부조리극들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패러디도 많다.


가령, 이오네스코의 <맥베트>는 맥베스에 대한 패러디, 그리고 톰 스토파드의 걸작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는 <햄릿>을 부조리극적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베케트의 작품 속에서도 수많은 셰익스피어 패러디가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전통 말고도 '그새끼'가 분위기를 형성해주기도 하였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40e409037743b3e9f3fb0f8cb0012bc5f22ca9ce504736

2차 대전 덕분에 유럽은 다시 한 번, 완벽하게 시궁창이 되어버렸고


이러한 폐허 속에서 부조리극 붐은 올 수밖에 없었다.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40e409037743b3e9f3fb0f88b0037790ff7fa7ce4a59d3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838d690fd85dc9234e6b9221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d87fa11d02831b24d3c2d27291c406c42f12d19513e4b1f5b0689e852adccbe3a2d8908087d48d5578863b12a838c6900870d9f284e6b8563



그 결과,


사뮈엘 베케트

유진 이오네스코

장 주네

해롤드 핀터

페르난도 아라발

톰 스토파드

바츨라프 하벨



수많은 '부조리극' 카테고리에 묶인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마치 역병이 퍼지듯 유럽 이곳저곳에서 나타났고,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뇌를 지배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몇몇은 자세히 다루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워크룸 프레스 베케트 선집 지르쉴?





모더니스트의 기묘한 모험


- 20세기 최고 시인 예이츠의 환상록과 자서전 읽으쉴?

- 프루스트와 조이스의 자존심 강한 제자 대결

- <율리시스>는 어떻게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책이 되었는가?

- 냉혹한 이탈리아의 마피아 작가

- 폴란드식 기묘한 모더니즘 작명법

- 조이스의 기묘한 유언

-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

- 유교 탈레반은 파시즘을 꿈꾸는가? (1), (2)

- 뿌슝빠슝 안아키를 하던 극작가가 있다?!

- 위대한 피츠제럴드 (1), (2)

- 아일랜드인들의 아름다운 전통이란?

- 본인 오늘 마초 되는 상상함

-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약이 필요한가?

- 냉혹한 남아공의 파시스트

- 모더니스트란 누구인가?

- 그렇다면 모더니즘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공무원

- 오 빅보스 마이 빅보스

- 작가는 권력가를 꿈꾸는가?

- 토끼공듀의 삶

- 오 캡틴 마이 캡틴

- 양키인 내가 대영제국 시민?

- 세상에서 제일 끔찍한 것은?

- 오늘은... 바람이 소란스럽

- 테에에엥 마망 (ᗒᗣᗕ)՞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슈르레아아아아알 - 다다다다(2)

- 초현실대전 - 다다다다다슈르레아아아알(3)

- 1억의 비명을 대신 쏟아내는 지친 입

- 자동차박이들의 찬가

- 특성 없는 제국, 특성 있는 남자

- 나보코프가 뽑은 4대걸작을 알아보자

- 켈트의 동정 대마법사 (1)

- 너 나 지큼 동정해?

- 연극이여 신화가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