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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핀천 선생님의 <제 49호 품목의 경매> 를 완독했습니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약간의 각오를 하고 읽었는데, 나름 읽히긴 잘 읽혔던 것 같아요.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 <향성> 이라 그런가 49호가 상대적으로 더 쉽게 느껴지네요.
내용은 워낙 모호해서 다 이해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작품 뒤에 해설을 보고 나니 갈피라도 잡히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포모 소설 특징이 작품의 의미를 독자가 스스로 해석하게끔 남겨두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완벽한 이해를 바라지 않고 읽으니까 약간얻어가는 것들도 있고 해서 만족이었습니다.
해설을 보니까 대충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의 모습과 닫힌 사회에 대한 반항,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모습들이 중점이 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쉽게 지루해질 수 있는 소재에 음모론이나 모호한 서술, 엔트로피나 당대 대중문화같은 것들을 잘 섞어서 독자가 충분한 흥미를 가지게 하는 걸 보면서 핀천 선생님의 대단함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마스 포스터가 쓴 <교수처럼 문학 읽기> 에서는 이 작품을 일종의 모험 소설이라고 설명합니다.
주인공이 떠나는 원정의 표면적인 목표 (피어스의 유산 관리 일에 관한 것들) 와 숨겨진 진정한 이유 (트리스테로와 W.A.S.T.E) 가 있으며, 여정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인데, 작품의 주인공인 이디파가 겪는 낮설고 혼란스런 요소들에 이런 정보들을 투영시켜서 보니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디파는 이전에 정신과 약을 복용한 전적이 있고, 이디파가 겪는 사건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트리스테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 이 모든 것들이 피어스가 꾸민 장난인지 아닌지, 소설 내에서 명확히 드러나는 건 없고 모호함의 연속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위에 적은 일들을 이디파가 자신 스스로 듣고 보고 느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전까지 닫힌 사회에서 살았던 이디파가 이러한 사건들을 통해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체험하며 열린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되고, 마지막에는 경매에 직접 참석하는 걸 통해 주체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걸 은유하는 점 또한 인상깊었어요.
모험 소설은 보통 작품의 마지막에 자신이 정했던 목표를 이루고 끝나기도 하는데, 이디파 자신이 바라는지도 몰랐던 목표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것) 를 어떻게 보면 이룬 게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작품이 열린 결말로 끝나는 점 또한 생각해볼 만 한데, 열린 사회의 일원이 된 이디파가 경매를 기다리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자신처럼 여러 사건들을 겪고 곧 경매장에 들어오게 될 사람들을 기대하는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을 읽고 젊은이들이 작중에 등장하는 표식을 벽같은 데에다 남기거나 하여 열린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은 사례들이 있으니까 더 흥미롭기도 하고.
다양한 사람들 속에는 그만큼 다양한 시선과 자신만의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핀천이 바라던 메세지가 더 폭넓게 전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막 엄청 재밌거나 그렇진 않은데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핀천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V도 ㄱㄱ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어요.
핀천추
요즘 포모 소설들이 너무 좋네요.
@서록 포모는 볼라뇨 제발트 쿠버 나보코프 이렇게밖에 안읽어봤는데 또 읽고싶긴 함
@lsd사운드시스템 제발트 한번 읽어볼까 생각중인데 많이 어렵나요..?
@서록 어렵진 않고 좀 많이 엄근진 문학이라 잘못하면 졸수도 있음
@lsd사운드시스템 감사합니다. 나중에 사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