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을 읽고 있다. 핵꿀잼 작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 대단한 파트가 많은데도 전체적으로는 작품이 날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맴돈다.
좀 생각해보니 구조 자체가 내 취향이 아닌 거였다.
글은 전반적으로 회상하는 분위기이고, 왠지 실화 같았다. 그래서 나도 실화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랬더니 K비애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문장은 디테일이 촘촘하게 차 있고 화자의 가슴 매이는 호흡이 잘 느껴진다. 읽기만 해도 적절한 부분에서 숨이 차오른다. 감각이나 사실의 밀도도 촘촘하고 깊으면서도 소설로서 과하지 않다.
문제는 겉으로 수필의 형식을 빌리면서도 글이 너무나 깔끔하다는 것이다.
수필치고는 너무 정돈되어 있고, 소설 치고는 너무 자유로워서 어색하다.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감정은 자연스러운데 그 배치가 회상이라기보다 편집된 기억처럼 읽힌다.
수필로 읽으면 왜 이렇게 연출되어 있나 싶고, 소설로 읽으면 왜 이렇게 느슨한가 싶다. 읽는 태도가 도중에 자꾸 흔들리다보니 나는 깊게 몰입할 수가 없었다. 사람의 기억과 인식이 그토록 정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야기를 전해듣는 입장과 이야기를 체험하는 입장 사이에서 우왕좌왕 답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사실 질질 짜면서 읽고 싶었는데 글이 쩔어서 오히려 그럴 수 없게 되었다는 하소연이다.)
수필처럼 자유로우면서도 그 집필 과정은 소설처럼 마치 조형물을 쌓는 느낌의 작품이라, 뭔가 색다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 색다름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근데 아직 150p 남았다. 곧 질질 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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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그러나 재밌다
재미 ㄹㅇ ㅈ됨 - dc App
@Sjeka 취향일수 있는데 나는 그런점이 더 좋았음
@ㅇㅇ(155.230) 그냥 눈물이 안나와서 실망한거임ㅋㅋㅋ 슬픈데 막 짜는 슬픔이 아니라 아름다운 슬픔이라 - dc App
수필도 소설도 아닌 것 같은 소설, 한국 소설에 특히 많지 않냐? 박완서 작품도 그런 거 많고. <관촌수필>은 또 다른 건가?
싱아는 학생 때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나고 내가 국문학 알못임 관촌수필 볼 때 저렇게 느낀 건 아마 회상하는 입장이라기엔 가끔씩 너무 자세하게 쓰여서 이질감을 느낀 걸 수도 내가 기억력이 별로라 그런가 - dc App
아무래도 아버지가 옛날 좌익 활동 최선봉에서 활동했다보니 그러한 전적을 70년대 분위기 속에서 자진고백하듯 쓴 부분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