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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부름>을 읽게 된 계기는 갑작스러운 흥미에 발해서 그런 게 아니다. 유럽 중세는 늘 관심사에 있었고 특히 십자군 전쟁은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무척 인상 깊게 보아서 언젠가는 독파해야 할 전쟁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피터 프랭코판과 역자가 말하듯이 십자군 전쟁 초기 평가는 선과 악의 대결, 종교의 신념 등 낭만적인 요소가 많았다. 차남 및 삼남의 경제적 기회 등 세속적인 설명도 당연히 따라 붙었지만 뒷고기 같은 이야기로 치부 됐다.
점점 시간이 지나 연구와 사료 발견이 활발해지면서 십자군 전쟁은 어느 전쟁과 마찬가지로 세속적인 성격이 짙어졌다. 물론 종교적 열망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전쟁은 그렇게 말랑말랑 하지 않다. 아니, 권력자는 그렇게 말랑말랑한 존재가 아니다.
피터 프랭코판의 <동방의 부름>은 기존 서유럽(동유럽) 시선을 벗어난 비잔티움 시선으로 서술한 귀한 책이다. 우린 십자군 전쟁 설계자가 교황 우르바누스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방의 부름>을 읽다 보면, 진정한 설계자는 당시 비잔티움 황제 알렉시우스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된다. 십자군 전쟁은 단일 전쟁사 중에서 가장 긴 기간 동안 이루어졌고, 인명, 영향 등은 1,2차 세계대전과 비슷하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십자군 전쟁, 유럽 중세사 문외한이라면 이 책은 잠시 접어두라 권고하고 싶다. 유럽사를 가볍게 읽고, 김태권의 십자군 전쟁을 먼저 보라 권하고 싶다. 그만큼 책은 압축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단일 인물에게 여러 비유를 들어 다소 난잡한 책이다. 차근차근 따라가기 힘든 책이기에 약간의 지식을 쌓고 읽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피터는 비잔티움의 위기~ 1차 십자군 전쟁을 아주 간결하고 임팩트하게 서술했다. 알렉시우스가 어떻게 비잔티움 황제가 되었는지 그리고 비잔티움은 어떤 위기를 겪었고, 알렉시우스가 무슨 생각을 해서 경쟁 중이던 유럽 교황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보여준다. 알렉시우스가 십자군 전쟁의 진정한 설계자는 맞지만 그는 설계만 하고 말을 움직인 것은 교황 우르바누스라 봐야 한다.
Deus Vult! 하느님께서 원하신다!
교황 우르바누스는 유럽 여러 실력자들에게 비잔티움 구/원을 요청한다. 표면에는 이교도에 맞서는 위대한 성전으로 포장했지만 속에는 교황권 강화 등 세속정인 요소가 숨어 있었다. 피터는 그러한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알렉시우스를 어떻게 보면 열심히 변호한다.
1차 십자군 이후 비잔티움 황제 알렉시우스는 유럽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된다. 십자군이 원활하게 성지 탈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십자군이 점령한 지역은 내놓으라는 강압을 했다는 것이다. 피터는 당시 쓰여진 십자군 관련 서적이 편협한 시선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서적 때문에 오늘날까지 알렉시우스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있다는 것이다.
피터는 알렉시우스를 성군이라 포장하지 않는다. 단지 억울한 부분을 잡아주고 십자군과 이슬람 세력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발바둥친 실력가라 평한다. 특히 알렉시우스 딸이 안나 콤파니니가 서술한 <알렉시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보이면서 비잔티움의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려 한다.
알렉시우스는 서방 교황에게 구/원을 요청할 때, 조금 안일한 마음도 있었던 거 같다. 서방에서 비잔티움까지의 원정은 당시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곳에서 살아야 할 운명을 가진 중세인들이 고향을 떠나 옆마을도 아닌, '동방'이라 불리는 지역까지 단신으로 오는 건 그저 기적에 가까웠다. 실제로 죽지 않고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십자군들은 신의 총애를 받는다 생각했다.
알렉시우스는 지원병 숫자를 몇 천명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메뚜기 떼 같은 민중십자군이 성벽 밑으로 도착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아마도 기사단 내보내서 몰살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차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알렉시우스는 멍청하게 십자군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았다. 1차 십자군이라 하지만 십자군은 동시에 도착하지 않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각 지역에서 다른 시간대에 출발하는 실력자들은 순차적으로 비잔티움 제국에 도착했다. 알렉시우스는 그것을 이용해 식량 및 보급의 주도권을 쥐고 십자군에게 충성 서약을 강요했다.
안전 장치를 차례차례 얻은 알렉시우스였지만, 자연스레 십자군의 원성도 산 것 같다. 일례로 십자군 원정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으니(내부분열 및 보급 문제) 십자군은 알렉시우스에게 친정을 요청하지만 알렉시우스는 반란이 겁나 결국에는 오지 않는다.
그래서 십자군 기록가들은 알렉시우스를 부정적으로 서술하지 않았을까? 머나먼 서방에서 원정은 왔는데, 황제는 뒤에 남아있으니.
십자군에 대한 동방의 시각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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