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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클로즈드 서클.

시인장의 살인은 2018 일본 미스터리 대상을 탄 신인작가의 소설이다. 그럼 이 소설은 분명 엄청나게 화려하고도 정교한 트릭과 갈등 그리고 신인만의 패기로운 신선함을 느끼게 해줄거라 생각하며 책을 들기마련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맨뒤만 빼고 모두 틀렸다.
일단 주인공 구성부터가 문제다.
탐정클럽이라는 일본에서만 존재한다는 의문의 조직과 더불어 클리셰 그자체인 탐정의 조수라는 역할. 이미 신인의 감미로운 향이 팍팍 줄어든 것이다.

거기다가 뻔하기 그지없는 mt와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는 모여드는 대학생들. 아마 이쯤이면 책을 덮고 싶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야말로 클리셰의 향연 자동기술장치의 완성품 그자체아닌가?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진부함이 극대화 되는 부분에서 이야기는 크게 용트림을 하기시작한다.

바로 좀비라는. 로메로의 손으로 아이티에서 끌려나온 이후로 여기저기 봉사하러다니는 이시대의 진정한 장르역군을 데려온것이다.

요즘 시대에 클로즈드 서클을 만들려면 여간 힘든일이 아님에도 성실한 좀비들은 알아서 불어나 산장을 포위하는 것으로 살인극의 무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부터 죽어나간 것은 다름아닌 주인공의 탐정.
졸지에 짝잃은 외기러기 신세가 된 조수가 한탄할 새도 없이 좀비와 겹쳐 산장 안에서 이뤄지는 인위적인 살인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바로 이 시인장의 살인의 내용이다.

작가의 재치가 드러나는 것은 이 부분부터인데 외측의 좀비들이 산장안으로 약속이라도 한듯 힌번의 살인이 일어날때마다 밀고들어옴으로써 장소는 제한되고 증거의 소실과 함께 전원은 누군지모르는 범인에게로 접근하게 된다.
서스펜스의 극한을 달리는 이 설정은 그대로 살인의 트릭으로도 이루어져 명실상부한 추리소설ㄹ로서의 입지를 다져주기까지하는 그야말로 효자설정이다.

애초에 좀비와 추리소설이라니 누가봐도 반백년은 묵은듯한 이 소재들의 절묘한 조합은 비록 그내용적인 허술함과 클리셰가 난무하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상 잘차려진  서스펜스의 특급만찬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익숙한 소재들의 새로운 조합이 자아내는 특별한 맛을 원한다면 시인장의 살인.
한 번 읽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