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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은 독창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정해진 대로 생각하고 정해둔 대로 결론짓는다. 학교에서 안 배웠냐고 다그치고, 전문가들보다 잘났냐며 조롱한다. 문학을 수백권씩 읽고 인간을 논하지만 정작 당의 명령에 저항할 생각조차 못하는 노예들이고, 정치학 저서들을 수백권씩 읽고 현실을 논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권이 어디서 소멸했는지는 인지하지 못한다. 과학 저서를 수백권 읽고 모든 걸 과학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종교적 교조주의의 산 증인이 되고, 심리학 저서를 수백권 읽고 대중들의 편향적 태도를 논하지만 자신의 신념 체계를 재검토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제도권과 기득권의 부패를 지적하지만 여전히 제도권과 기득권이 만들어놓은 구조 안에서 사고하고 공식 판결에 자기 판단을 미뤄버린다. 책을 읽고 내린 결론들은 늘 외부 어딘가를 향하지 자기 자신을 재구성하는데에는 쓰이지 않는다.


누구를 위하여 책을 읽는가? 오직 시간만이 자비심 부족한 심판으로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종교와 과학 모두 권력자들의 정당화 수단으로 쓰인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왜 지금 자기가 거주하고 있는 질서는 그렇지 않다고 가정하는가? 역사가 바로 잡히길 바라면서 왜 역사 학계의 극단적 편향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눈을 감는가? 실체적 증거들이 있는데도 검증의 기회 자체를 묵살해버리는 제도권에 대해서는 왜 자기 입을 꼬매버리는가? 검증된 프레임 바깥의 논의들은 모두 헛소리로 라벨링하는 조건 반사적 행태만을 보이면서 왜 혁신을 바라고 연구를 바라는가? 그 혁신과 연구 역시 돈이 필요한데 왜 자본 논리가 결과의 왜곡이나 설계상의 편향을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가? 제도적 방지 장치가 있으니 그럴 일이 없다? 어디가서 사기나 당하지 말길 바란다. 


시간은 자비가 없지만 정의롭지도 않다.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된다 한들 그 사이 피해 본 사람들, 죽어간 사람들에게 시간이 보상을 해주는가? 반박 논문이 올라오고, 정정 보도가 나온다 한들 누가 그것을 기억하는가?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슈와 자기 계좌의 파란불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잊어버린다. 질문을 다시 해야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바라지 않는다. 자기 편이 이겨서 더이상 귀찮은 싸움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도 왜 자신만큼은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있다는 듯이 책을 읽고 자기 주장을 하는가? 직접 결단을 내릴 용기도 능력도 없으면서 왜 총대를 맨 사람을 값싼 타겟으로 삼아 자신의 비겁함을 투사하는가? 비겁자들은 서로 똘똘 뭉쳐, 자기 몸으로 진실을 살아내는 이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워 추방하고는 다시 진실과 정의를 외친다.


"누구를 위한 협력인가?"


아무도 검증의 기준 자체를 의심하지 않는다. 이 글은 거울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자기고백으로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여전히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