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로봇은 안색이 창백하고
두 반점도 화장으로 가리지 못한다
언제나 그는 교활한 미소를 짓고
독일인 풍에 콧수염을 기르고
그러고는 양손에 누더기가 된
겉옷을 감추고 있다
그 눈알은 주인이
마네킹을 들어올린 뒤
그 엉덩이를 걷어올리는 듯하다
주인이 나와 사방을 혼란시키고
악당들이 활개를 치는
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마법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차(茶)가 잠든 찬장이 여기에 있고
노래하게 만드는 압생트와
금빛 보리수와 박하빛 영혼
평온한 씨앗의 원산초*가 있다
영령들이여 내 뜻을 따르소서
나의 피타고라스인 벨페고르**여
예언자들의 원을 그려보자
나는 잉크를 마시고 와인을 읽나니
이것은 하얀 맨드레이크일까
아니면 페리고르의 송로***일까
내게 갈고리 십자로 영이 깃드는도다
쓸어라 빗자루야 그리고 너 물병아
나를 위해 끝없이 물을 채워다오
돌고래의 물거품도 내가 가질 테고
앵무새의 깃털도 내 것이 되리라
벌통 가장자리에 벌들은 꽃을 둘러
내 허기를 달랠 황금빛 실을 자으리라
우리는 광활한 날개의 말벌들이라
독수리처럼 날아 오르리라
노예들아 너희들은 내 점쟁이들이
정해놓은 운명대로 살게 되리라
그 얼굴에 갈색 머리 사람들이
금색 머리 사람들의 개가 되리라 적혀 있다
혈통과 인종을 나는 확립했다
이것이 새로운 바보들의 유희이다
물질도 영혼도 이에 복종하며
오르페우스가 내 규율을 따르지 않는다면
트라키아의 광녀(狂女)들이
그 뒤를 뒤쫓아다닐 것이다
내 마법은 참으로 놀랍구나
물병은 가득 차 있고 빗자루는
됐다 하인은 발레를 추는구나
신성모독이라 부르짖는 이여
말해보라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를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는지를
얼마나 열심인지 목욕물을 준비하는 것이
멈추어라 빗자루야 물통아 멈추거라
까딱하면 연못 하나를 다 비우겠다
디젤 엔진 소리는 또 얼마나 시끄러운가
새 날갯짓이 너무나도 빠른 나머지
시간의 흐름마저 들리지 않는구나
멈춰라 욕조는 준비되었다
물 물 물 물을 다오
음모를 꾸민 건가 음모구나
멈춰라 멈추어라 말하였다
우물가 항아리에 주둥이까지
눈물이 가득 차 단숨에 쏫아붓는다
내가 명령을 내리든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련이다
내 지상 철학이
푸들견에게 말을 걸 때
조금이라도 내가 약해 보이면
놈은 개집 속으로 돌아가 기어든다
너는 그저 한낱 물통에 불과할 뿐이다
너는 그저 멍청한 빗자루에 불과할 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가 도깨비불같은 놈들아
꺼져라 이 어리석은 도깨비들아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 아니더냐
부디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거라
실은 목욕이 아니라 홍수와 같다
솟아오른 물이 온 세상을 씻겨낸다
옥상에 서 있는 나에게까지 물이 쏟아진다
피할 구름 한 점조차 없다
별이나 물고기나 모든 것이 심판받고
어둠이 나에게 말을 놓는다
민중은 살면서 굳어져버린
익숙한 습관을 잃어버렸다
내가 그들을 다시 감옥에 집어넣어도
저들은 또다시 새 라튀드****가 되며
무한한 지평선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노예의 삶도 원치 않는다
마법의 말 말 말
악이 만연한데 무슨 선이 나온단 말인가
그 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참으로 비극적인 망각이다
민중을 동물로 전락시키는
논리를 다시 떠올릴 뿐이다
보라 눈앞에 저 끔찍하고 피로 물든
자들이 점점 커져가는 게 보이는구나
무력해진 마법사의 제자는
나뭇잎처럼 그 앞에 서 있다
형벌이 문 앞에 와 있고
애도의 날이 그에게 다가온다
민중은 마치 참나무와 같아
나무꾼은 당연하게도 그 몸통을
쓰러질 만큼 강하게 내려치나
결국 도끼마저 증오 속에 잃어버렸다
민중에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나
폭군들이 묶은 사슬이 여전히 남아 있다
어느 화창한 아침 봉기는
꼭두각시들을 무찔러버린다
점성술사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들의 운명은 치료되지도 못한다
그 옛날 나폴레옹은 괴테에게 물었다
운명이란 무엇인가 라고
운명이란 곧 정치다
보나파르트가 경고했듯이
그 미지를 해독하라
어느날 그 문은 닫힐 것이고
그 초라한 돌무덤 아래로 도망쳐
돌에 맞고 벌거벗은 채로 되리라
도끼를 휘두르는 자
언젠가 도끼로 망하리라
허나 환호 속에서도 명심하라
아무리 마차가 느리게 달릴지언정
오 콧수염 난 소인배야
네 차례가 되면 쥐새끼마냥
비참한 최후를 맞으리라
히틀러의 밀랍인형
* 지중해 지방에서 나는 풀로 옛날에는 정신병 치료제로 쓰였다.
** 7대 죄악 중 나태를 담당하는 악마. 모압족이 숭배하던 태양의 신이기도 하다.
*** 프랑스 페리고르 지방의 특산품은 송로버섯이 유명하다.
**** Latude. 프랑스의 문필가로 퐁파두르 부인 암살 음모에 연루되어 투옥되었으나 몇 번이고 탈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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