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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읽음



여태 내가 읽어본 책 중에 가장 몰입력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다음 내용이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서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돈도 안 쓸거면 왜 죽였는지 궁금했었다. 이후에도 의문의 사나이가 찾아와서 '너가 살인자다' 라고 말하고 가버리는 장면과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왜 주인공한테 찾아왔는가 등등을 통해 궁금증을 유발해서 책을 끊어서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도끼는 이러한 떡밥들을 통해 작품에 빠져들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

글이 술술 읽히는 두 번째 이유는 전개를 질질 끌지 않고 즉각적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나는 살인 사건이 이렇게 속전속결로 전개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작가는 불필요한 감정묘사나 배경 묘사는 다 없애고 딱 필요한 부분만 서술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건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격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데스노트가 떠올랐다. 로쟈와 뽀르피리 둘 다 상당히 똑똑하다. 뽀르피리가 논리적 근거를 통해 압박하자 로쟈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맞대응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뽀르피리는 말끝마다 헤헤헤 웃는다. 데스노트에서 L이 뽀르피리의 이상한 웃음을 오마주한게 아닌가 싶다.


소설의 배경인 뻬쩨르부르크는 굉장히 암울하고 지저분하게 묘사된다. 거리에는 대낮부터 술 먹고 돌아다니는 놈들이 많다. 춤추고 노래하며 구걸하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거리에서는 왠지 악취가 날 것 같다. 이러한 배경 묘사를 통해 어쩌면 범죄가 일어나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내게 빼쩨르부르크에 대한 인상은 카레닌의 직장이 있는 행정 중심지였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상류사회의 모습만 보여졌지만 다수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빈곤 속에서 하루하루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세기 러시아의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고 소재를 제공해 노문학이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속 로쟈는 굉장히 독특한 이론에 근거해 범죄를 저질른다. 간략하게 말하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것이다. 로쟈는 전쟁 영웅들을 예로 든다. 위대한 정복자들은 전쟁에서 승리하여 많은 땅을 차지함으로써 위대해질 수 있었다. 자신이 위대한 사람인지 시험하기 위해 노인을 죽인다는 생각을 한다는 게 오만해 보이기도 하고, 자존감이 굉장이 높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쟈가 스비드리가일로프나 라이토처럼 죄책감에 둔감한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재밌게 읽었고, 성경의 내용을 알았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