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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잠 조금 덜어서 「폴라로이드 개」까지 마저 읽으면서 했던 생각이다.

우리의 주인공 케빈은 기껏 생일선물로 받은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낯선 울타리를 냄새맡는 개의 궁둥이만 찍어내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본다.
몇 십장 더 찍어서 영상처럼 만들어본 결과 심지어 그 개가 조금씩 움직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영상으로 편집할 때쯤 이미 그 개는 등지고 서 있던 덩치를 거의 다 돌려서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원래 타고나길 시꺼먼 개가 역청이 깔린 바닥에 한 번 뒹굴었다 일어나도 그보다 까말 수 없을 것 같은 놈이었다. 털은 꼬챙이같고 녹다 만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은 개라고 부르기에 뭣한 형상이지만 개 말고는 달리 지칭할 게 없는 짐승이었다.
사진 찍을 때마다 골든리트리버같은 개가 요리조리 어설프게 숨으면서 거리를 좁히다가 어느날 렌즈에 코를 킁킁대는 그런 장면을 은근히 상상했던 나는 개의 묘사를 읽으면서 조금 머쓱해졌다.  하긴 이런 개가 등장할려면 장르가 아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이 책은 공포물인걸.

사진을 모아 영상처럼 만들어보고 나서야 카메라가 진짜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된 케빈은 곧바로 카메라를 부숴야겠다는 똘똘한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300페이지나 한참 남은 분량은 현명한 케빈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진을 편집해준 카메라 판매점의 주인장은 그 카메라가 얼마나 돈벌이로 쏠쏠할지 색다른 진가를 알아본 것이다.
돈독이 오른 영감태기는 카메라를 몰래 바꿔치기해서 순진한 어린애가 가짜를 부수게 하고, 초자연적인 물품을 수집하는 큰손에게 카메라를 비싸게 팔아먹을 작정을 한다. 카메라를 시연하기 위해 사진을 계속 찍을 때마다 그 흉물스런 개는 불쌍한 케빈에게 점점 거리를 좁혀간다.
덕분에 호러물의 주인공이 일찌감치 위험을 손절했어도 오히려 제3자때문에 엿같은 상황에 처하는 우스운 전개였다.

앞서 출간된 <자정 4분 뒤 1>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마지막 중편소설인 「폴라로이드 개」 를 bad 엔딩으로 끝맺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뜻밖의 기지를 발휘해 물리치는 엔딩만 안정적으로 접해왔던 나에게 이 소설의 결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하필 잠들기 전에 읽었던 터라 간밤에 꿈자리가 좀 뒤숭숭했다.

스티븐킹이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소설 중간에 그의 예전 작품인 <쿠조>와 은근슬쩍 연결고리를 짚고 넘어가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렇듯 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쿠조>도 읽어보고 싶은 지름신이 든 건 당연했지만 막상 찾아보니 번역본으로 나온 게 전혀 없다. 예전에 리디북스 한정으로 이벤트로 공개했었다는 것 같다. e북에 거의 관심없어서 당연히 그곳에 가입을 안했던 나는 약이 좀 오를 뿐이고... ㅋㅋ

한편으론 내가 심령사진같은 소재에 유독 공포를 느낀다는 걸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소설에서 내내 등장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sun 600 모델이었다. 찾아보니 이렇게 생긴 카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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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사진에서 그 개가 튀어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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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꼬마 케빈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필립북에 묘사했던 서술때문에 몇년 전에 봤던 영화 한 장면이 정말 오랜만에 기억남.
<hide and seek>라는 스릴러 영화였는데 여기에 다코다 패닝의 아역 시절 모습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