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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책장을 둘러보다 보면 뜻밖에도 좋은 책을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 도 공부하기 싫어서 도서관을 안을 쏘다니다 발견한 책입니다.

제목의 길이가 부담스러울 정도인데 원제도 'Working: People talk about what they do all day and how they feel about what they do' 로 엄청 깁니다..

스터즈 터클이라는 방송인이 1970년대 미국의 여러 직업종사자들을 인터뷰한 걸 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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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 는 말을 실감케 합니다.

사람들은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입에 발린 말은 쉽게 말하고 받아들이지만, 솔직히 말하건대 속 깊은 곳에서는 직업의 위아래를 나눕니다.

그리고 높은 곳에 있는 직업에 있는 사람을 더 성공한 인생으로 여기고, 심지어는 더 깊은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으로 받아들이죠.

하지만 삶의 의미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가정주부는 오늘날 아마 가장 대놓고 무시받는 일일 겁니다.

그렇지만 한 가정주부와의 인터뷰를 보면 가정주부도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의미를 찾아 나간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불평해요. "왜 내가 방바닥이나 닦고 있어야 하지?" 제가 보기에 집안일은 남자가 생계를 위해서 매일같이 나사를 돌리는 것하고는 달라요.

그러다가는 누구라도 바보가 될 거예요. 저라도 미쳐버릴 걸요. 남자들은 불쌍해요. 노동의 결과를 자기 눈으로 볼 수도 없잖아요. (중략) 

누군가에게 기쁨을 준다는 건 세상에서 제일가는 행복이에요.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가져야 해요. 

저는 가족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가족을 위해 일하고 가족들은 저를 위해 일하죠. 사는 게 그런 거죠."


때로는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기까지 여러 길을 전전하기도 합니다. 한 소방관은 젊을 때 군인과 경찰일을 하다가 결국 소방관 일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소방관 일에서, 군인이나 경찰로서 살면서는 못 느꼈던 벅찬 감정을 느낍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장교한테는 존경심이 안 들었습니다. 일은 병사들이 다 했거든요. 경찰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목숨을 잃는 건 순경들이죠. 경위는 총에 맞는 일이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이 도시에서만 소방대장 열 명이 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3년간 소방위 세 명이 화재를 진압하다 숨졌죠. 제일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존경스러운 겁니다.

저는 존경스런 간부들을 모시고 싶습니다. 본 받고 싶은 사람이 제 위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소방수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린애입니다. 마흔 살을 먹었어도 여전히 어린애죠. 이 사람들은 거친 사내가 되려고 애를 씁니다.

소년에서 남자가 된다는 거 별거 아닙니다. 지금 말하는 거나 열다섯 살때 말하던 거나 똑같거든요. 모두 애들인 거죠.(중략)


빌어먹은 세상 엿먹으라고 하십시오. 이 나라도 엿먹으라고 하십시오 하지만 소방수는, 소방수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구요. 불을 끄니까요.(중략)


아홉 시 출근에 다섯 시 퇴근? 엿 먹으라고 하십시오. 선생님이 보는 건 숫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저는 뒤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불을 껐어. 누군가를 살렸다구.' 그건 이 세상에서 뭔가 보람있는 일을 했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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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불안감과 갈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걸핏하면 들리는 소리가 '제 4차 산업혁명' 이 시작됐다니, 노동의 종말이 찾아올거라니 하는 소리죠.

이런 2010년대 후반의 우려는 1970년대에도 아주 먼 훗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자신들의 일이 너무 단순화된 나머지 '언젠가 기계가 단순노동들을 다 대체해 버릴 것' 이라는 목소리는 인터뷰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전미자동자노조의 한 지부장은 생산라인에 들어온 유니메이트라는 용접로봇이 어떻게 자신을 투쟁의 길로 이끌었는지 이야기합니다.


한편으로 직업세계에서 '갈등' 은 '인간노동과 기계' 또는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갈등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내면상에서 끓어오르는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한 산업디자이너는 예전에 자신이 해 오던 일에 죄책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맡은 겨자 광고의 겨자가 결국 소시지의 지방 고착제로 쓰여 지방덩어리 소시지를 속여 팔아넘기는 데 쓰인다는 생각과,

자신이 제작한 청춘 남녀의 분위기를 내뿜는 순한 맥주 광고가 결국 멍청한 대학생들이 치기에 빠져 스스로를 망치게 한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게 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돌아섭니다. 아이들에게 상으로 줄 환경포스터 제작같은 일이죠.

돈은 별로 되지 않습니다. 가족들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돈이 다 떨어져갑니다. 먹고 살기 위해 다시 포주 노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옳은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분주히 뛰고 있습니다. 이 일이 안 도면 젊은이들이 하는 일을 하다 낙오할지도 모릅니다. 이 사회에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거죠, 

도로 공사를 할겁니다. 벌목이든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하지만 평생 해온 일, 거짓말을 업으로 삼는 사기꾼 역할을 절대 안 할겁니다.

인간의 본성은 한 번 깨어나면 다시 잠재울 수 없습니다. 저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정신분열증 환자가 모두 정신병원에 갇혀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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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인터뷰는 1970년대에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니만큼 '마약이나 하고 다니는 머리 긴 젊은놈들'(아마 히피를 말하는 듯)이라 말하는 경찰관같이 그 시대 특유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내용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1970년대나 2010년대나 직업생활의 수많은 측면은 오늘날에도 대부분 적용됩니다.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 노동자와 사용자가 입장 차이로 갈등하는 것, 기술 발전으로 자신의 일이 도태되는 것,

금전 이익과 윤리 의식이 대치되는 것... 이 모든 일들은 오늘날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훌륭한 문학작품은 100년이 훨씬 넘겨도 후세대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자아를 발견케 합니다.

이처럼 약 40년 전의 이러한 인터뷰지만 이것 또한 직업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일깨우고 직업의 의미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