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남자의 시선을 받지 않고 혼자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해서 경건하고도 불길한 징조를 보이는 침묵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여자들끼리의 사랑에 대해서는 그것을 가리키는 이름조차 감히 입에 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하지만 그리스 인을 분개하게 ─ 그들은 고상했기 때문에 쉽게 분개하지 않았다 ─ 만든 것은 여자들끼리의 사랑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 인의 마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던 의심, 곧 여자들이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자기들끼리 성을 자급자족할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리고 이것이 남자들을 배척하면서 거행하는 의식이나 비의의 표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었다.
─로베르토 칼라소,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결혼 中
레즈비언의 사랑은 여성의 은밀한 곳에 이르기까지 '정신화'(Vergeistigung)를 초래한다. 그 사랑은 이곳에, 임신도 가정도 인정하지 않는 '순수' 사랑의 백합 깃발을 꼽는다.
─발터 벤야민, 중앙공원 中
장르 백합이 없던 시절에 "백합 깃발"... 이게 메시아적 시간인가
백합은 자연의 재생산에 비상 브레이크를 거는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