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에서 나오는 버지니아 울프 주장이 원래는 "위대한 정신은 양성적이다" 라는 거였고

논지는 "남성적 부분과 여성적인 부분이 공존된 글" 을 지향하는 것

여기서 남성적과 여성적은, 생물학적인 부분이 아님.

남성적인 부분은 "논증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사유하고, 그 힘을 외부로 투사하고, 그걸 밀어붙일 수 있는 힘" 정도로 대충 요약이 가능하고

여성적인 부분은 "타인의 감정과 세계를 안으로 흡수하는 감수성, 모순을 인정하고, 그리고 사물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감지하고 리듬을 만드는 능력" 정도임


중요한 건 남성적 부분이 과대해지면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민망하고" 여성적 부분이 과대해지면 "감상적이고, 자기연민에 빠지며, 외부 세계를 직시하지 못한다" 라는 거임

아니 애초에 이 사람

It is fatal to be a man or woman pure and simple; one must be woman-manly or man-womanly. "

순수하게 남성적이거나 순수하게 여성적인 상태로만 있는 것은 치명적이다. 우리는 '여성-남성적인'이거나 '남성-여성적인' 이 되어야 한다."


라고 한 사람임


남자를 비꼬고 사회적인 분위기를 존나 까고 그런 게 있어도 그건 당시 사회를 생각하면 정당한 수준이고, 핵심 주장은 저런 결임



그래서 이 사람 키플링은 대놓고 좆같다고 박고 브론테도 디스함

정확히는 브론테보다 오스틴을 좀 더 고평가함 브론테는 재능이 있는데 세계를 좁혔다고 했나

(물론 오스틴도 "아 물론 재능은 브론테한테 더 있기는 함ㅋㅋㅋㅋㅋ" 하고 디스박음)



아무튼 완벽한 설명이라고는 못해도 대충 이런 거고, 사회가 강요한 성별 역할로부터 정신을 자유롭게 하라, 뭐 이런 뉘앙스가 강함



그런데 자기만의 방 번역보면 민음사판이 특히 그런데

"어느 정도는 여성에 관한 것" 이런 투로 이야기한 걸 전부 "이것은 여성에 관한 것" 이런 식으로 번역했던 걸로 기억함

androgynous mind - 그러니까 대충 "중성적 정신" 으로 읽는 이런 이념이 암시되는 부분을 다는 아닌데 꽤 뺐을 거야 아마 도입부부터 그렇고 키플링 까는 부분도 "왠지 모르게 요즘 것들은 다들 남성적 - 부분만 가지고 여성적 - 부분을 억누른 글을 쓴다" 이런 뉘앙스로 말한 걸 "요즘 것들은 다들 남성적인 글을 쓴다" 라고 아예 문장을 날렸어 이건 확실함


간단히 설명하면

울프의 주장 - 남자에게 여성적인 부분이 있고, 여성에게 남자적인 부분이 있으며, 이 두 상태를 의식 없이 넘나드는 "중성적 상태" 가 이상적이다. 지금은 남자도 "남자적인 부분" 으로만 글을 쓰는 상태고, 여자들도 그 부분으로만 적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자적인 부분" 으로만 글을 쓰는 것도 문제가 있다. - 그리고 울프 자신도 어느 정도 이것에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

민음사판 "자기만의 방" 에서는 이게 굉장히 일방적으로 "남성 작가는 여성을 이해 못 한다. 여성만의 글을 적어야 한다." 가 됨


나는 이걸 "등대로" 를 너무 인상깊게 읽었는데, 교수님이 한국 울프 번역 똥같다고 해서 직접 찾아보면서 알았는데

지적한 사람이 많이 없더라고

솔직히 나는 그래서 울프 대표작으로 민음사판 자기만의 방이 언급될 때마다 이 새끼들 정말 울프를 좋아하는 건가? 싶었음

아직도 잘 모르겠음

오역 정리해둔 블로그 보니까 확실히 대부분 그런 뉘앙스가 강한 쪽으로 오역이 생겨서 좀 의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