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부터 하만 본인이 대놓고 '카발라 산문 스타일의 광시곡'이라 이름 붙일 만큼 작정하고 배배 꼬아낸 글인데, 니붕이 짜라두짜만큼 각광 받은 텍스트도 아니라서 LLM 덕을 좀 많이 보는 중
몇몇 구절은 원문 구해다가 돌려보니 역자가 미처 파악 못한 레퍼런스들도 짚어주더라(가령 볼테르에 가야바와 헤롯 가져다 대며 공리주의 조롱하는 부분)
말하고자 하는 바 자체는 간명함
추상적 보편 이성에 의한 언어적, 종교적, 문화적 특수성 식민화에 저항하자는 규범
계몽주의의 탈신화화 기획은 언어의 역사성과 물질성을 제거하려는 바로 그 탓에 역설적으로 목표 도달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
그런데 이 과정이 골때림
각 층위가 다른 층위를 강화하고 굴절시키는 구조로 짜여 있어서 하나를 짚으면 앞뒤로 칡 뿌리 마냥 뭉탱이로 끌려나옴
문장마다 성경 구절 비틀어서 써먹는 건 너무 잦아서 일일이 조명하기도 힘들고, 카발라 게마트리아 수비학, 유음중첩법 위시한 언어유희도 거의 율리시스-조이스 마냥 자유자재로 가지고 놈
제일 재밌었던/그나마 눈에 좀 띄어서 알아먹을 수 있던 부분은 빙켈만과 미하엘리스 스닉 디스하며 당대 학계에 만연한 그리스 시문학 수용의 자기파괴 조롱 + 베이컨-셰익스피어 연결, 볼테르-서사문학 논의를 몽타주로 제시하며 계몽주의가 신화적-상상적 사유를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인식 방식으로 밀수해온 흔적 탈구축하기
데리다 세르 << 컨셉질하는 범부로 보일 지경
혹시 칸트와 대립한 하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