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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 불바가 폴란드군과 싸우다 잡혀서 나무에 묶여 화형당하는 마지막 장면)


높은 곳에 매달린 그의 눈에 모든 것이 손바닥을 보듯 잘 보였다.


"점령하라! 여러분! 빨리 점령하라!"


그는 소리를 질렀다.


"그 고지를, 숲 뒤에 있는 고지를, 거기는 놈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나 바람은 그의 말을 거기까지 전해 주지 못했다.


"아아, 지고 있어. 아무래도 패배하겠구나!"


절망하듯 소리를 지르고 아래를 보니, 드네스트르 강이 번쩍이고 있었다. 불바의 두 눈에서는 기쁨이 번쩍였다. 그는 관목 숲 그늘에서 움직이고 있는 네 척의 뱃머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하여 큰 소리로 말했다.


"강가로, 강가로! 왼쪽 산기슭 길로 내려가라! 강가에 배들이 있다! 추격을 못하도록 배를 다 가지고 가라!"


이때 마침 바람이 반대 방향에서 불어와 그의 모든 말을 카자크들이 들었다. 이 충고 때문에 그는 곧바로 도끼 등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그의 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뱅뱅 돌았다.


카자크들은 산기슭으로 통하는 협곡을 전속력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러나 추격대의 손은 그들의 등골까지 바짝 추격해 왔다. 협곡은 굴곡이 너무 심해 길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아아, 막다른 길이다!"


사람들이 모두 잠시 멈췄다가 말채찍을 휘두르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타타르 혈통의 말들은 땅에서 펄쩍 뛰어 공중에서 뱀처럼 몸을 돌려 이 낭떠러지를 넘어 일렁대는 드네스트르 강물로 뛰어들었다. 다만 두 사람만 강가에 도달하지못하고 낭떠러지 꼭대기에서 바위로 추락하여, 악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말과 더불어 영원히 잠들었다.


 그러나 다른 카자크들은 벌써 말과 더불어 물속을 헤엄쳐서 뱃줄을 풀었다. 폴란드군은 낭떠러지 위에 멈추어 서서 일찍이 보지도 못한 카자크들의 솜씨를 보고 생각했다. 우리들도 할 수 있을까? 어떨까? 불쌍한 안드리를 매혹시킨 폴란드 미인의 친오빠이며 열혈남아인 젊은 지휘관은 잘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카자크들의 뒤를 따라 뛰어내렸다. 그는 말과 더불어 공중에서 세 번 뱅글뱅글 돌아서 뾰족한 바위에 힘껏 들이박혔다. 날카로운 바위는 낭떠러지 사이로 떨어진 그의 몸을 조각조각 찢어 버렸다. 그의 머릿골은 피와 섞여서 깎아지른 절벽에 자라난 관목 숲으로 튀었다.


쓰러진 타라스 불바가 흐릿한 의식에서 회복되어 드네스트르 강을 바라보았을 때, 카자크들은 이미 멀리 가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총탄이 쏟아졌지만 맞지 않았다. 늙은 아타만의 두 눈은 갑자기 기쁨에 젖었다.


"잘 가라, 동지들이여!"


위에서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의 일을 기억해 다오! 다음 해 봄이 되면 또다시 이곳에 와서 마음껏 놀아 다오! 악마 새끼 같은 폴란드 놈들아, 네놈들은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거냐? 이 세상에 우리 카자크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는 줄 아느냐? 두고 보자. 때가 되면 러시아 정교 신앙이 어떤 것인지 네놈들도 알게 될 것이다! 벌써 지금도 먼 곳, 가까운 곳 가릴 것 없이 백성들이 그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 러시아 땅에도 러시아 황제가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 황제에게 정복되지 않는 세력은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


불길은 이미 장작더미 위로 빠르게 번져 올라와 타라스 불바의 다리를 삼키고 나무를 따라 활활 타올랐다……. 그러나 러시아의 힘을 이겨 낼 만한 그런 힘, 그런 고통, 그런 불길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드네스트르 강은 작지 않다. 이 강에는 물굽이와 갈대숲, 여울목, 깊은 곳들이 수없이 많고, 높게 째지는 백조의 울음소리에 반쯤 미쳐 버린 거울 같은 수면이 반짝이고, 그 위로 거만한 오리가 재빠르게 헤엄쳐 가고, 황새와 가슴패기가 붉은 쿠루흐탄*과 가지각색의 새들이 갈대숲 속과 강가에서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카자크들은 키가 두 개 있는 좁다란 졸른의 노를 활기차게 저는다. 사이좋게 협력하여 노를 저으면서, 얕은 여울을 피해 조심스럽게 날아오르는 새 떼들을 헤치면서 자신들의 아타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