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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선생님 작품은 처음인데, 듣던 대로 상당히 특이해서 좋았습니다. 큰 사건이나 장면의 전환 없이 화자인 ‘나’ 의 다양한 생각과 인물들에 대한 회고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작품인데, 문단을 나누지 않고 의식의 흐름 느낌으로 가져가면서, 생각에 같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흡입력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막상 내용을 보면 쉽게 읽힐만한 내용은 절대 아닌데 생각 외로 잘 읽혔습니다.
계속해서 주절거리는 게 베케트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의 향기도 살짝 엿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트하이머는 실존 인물인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를 본 뒤 그와 비교되는 자신의 연주 실력에 좌절하여 평생동안 다른 일을 하다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화자가 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들에서 예술가 하면 보통 같이 떠오르는 이미지인 예민함이나 신경과민적인 기질을 콕 집어서 비판하다시피 이야기하는데, 만약 그가 이런 기질 없이 글렌 굴드처럼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강직하게 이어나갔다면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 결과를 이루더라도 굴드를 넘어서는 건 무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어찌됐건 베르트하이머는 나약한 정신을 처음부터 품고 살아왔다는 점에서 ‘몰락하는 자’ 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순간의 영감보다 그 영감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강인함과 재능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하루키 선생님이 달리기를 꾸준히 하시는 이유도, 정신적인 면에서 베르트하이머처럼 나약해지지 않기 위해서 그런 거였구나 하고 나름의 납득을 했습니다.
베른하르트 선생님의 다른 작픔들도 읽어보고 싶네요.
배수아역 비트겐슈타인 꼭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