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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력 강한 이야기와 정교한 구조로 짜인 서사, 매력적인 캐릭터들,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 유머와 날카로움을 겸비한 문장력까지, 고전 문학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지적인 쾌감과 원초적인 즐거움을 품고 있는, 내가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함.

우선 이 소설은 같은 작가의 위대한 유산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 형제들처럼 추리소설의 요소도 갖고 있는데, 모든 비밀이 밝혀진 순간에도 또다른 사건이 계속 물고 이어지며 결말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초반부 서사가 약간 느슨한 것과 분량이 좀 많은 것을 제외하면 충분히 책의 끝까지 재밌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보장함.

사실 추리소설적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주인공 에스더와 주변인물들의 서사만으로도 흥미가 보장됨. 귀족과 부르주아부터 하인과 하층민까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건 디킨스가 이런 서브 스토리들을 메인 스토리(핵심 비밀)와 부자연스럽지 않게 엮게 만든다는 거임. 그런 반전들은 독자의 뒷통수를 때리는 형태가 아니라 아 맞아 이랬지 or 아 이게 그거였구나 같이 독자의 수용과 감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매력적인 서사의 흐름이 되어버리는 게, 디킨스의 천재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음.

디킨스가 인물을 활용하는 방식도 놀랍지만 그 인물들의 배경과 개성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함. 톨스토이나 프루스트처럼 현실에 있는 사람을 책에 본뜬 것 같은 사실성 가득한 인물보다는 셰익스피어나 도스토옙스키처럼 문학적인 매력과 강렬함과 희비극성을 녹여낸 캐릭터들과 더 가까움. 디킨스의 소설에서는 에스더나 잔다이스처럼 선하고 친절한, 다소 평면적인 인물로 보일 캐릭터조차 매력 있게 만드는 게 정말 대단한 작업 방식인 것 같음.

또한 인물과 행위를 서술하며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까지 빼놓지 않음. 토킹혼 변호사나 대법관들, 부패한 목사나 고리대금업자처럼 사회의 약자를 억압하는 인물들을 비판할 때 디킨스는 날카로운 비판을 멈추지 않음. 동시에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자국 혹은 외국의 하층민들을 본인들 마음대로 도와주고(쓸데없는 일이 되고) 자신의 아이들을 일이나 기부 같은 행위를 강제하는 위선자들 또한 비판함. 좌우 떠나지 않고 디킨스의 펜에 보이지 않는 빨간줄을 적히게 됨.

그러나 디킨스는 인간에 대한 비판 뿐만 아니라 애정과 연민도 글에 드러냄. 디킨스가 옹호하는 억압받는 자인 조지와 플라이트 할머니 등은 물론이고, 억압하는 자 편에 선 캐릭터조차 생동감이 있음. 데드록 남작은 선민사상을 가진 악인 포지션이지만 자신의 하인과 그 가족들에게 애정을 주며 귀부인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심인 의외의 모습을 보여줌. 또한 버킷 경관은 데드록과 토킹혼의 부탁을 들어주며 꼬마애 조를 몰아세우는 모습을 보이지만 동시에 여성과 아이에게 진심으로 다정하고 친절하며 통찰력과 행동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임.

이 소설에서는 로맨스도 다루긴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감동 있으면서도 조금 어이 없게 끝나서 큰 장점이라고는 못 말하겠음. (개그캐이자 초반에 탈락하는 거피 빼고) 에스더의 남편 후보들은 선하고 훌륭한 인물들이라 개연성만 따지면 갈등보다는 이런 서사가 맞긴 하지만...

위대한 유산과 달리 이 소설은 1인칭(에스더)과 3인칭이 장마다 바뀌는데, 매번 바뀌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둘이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 틀려서 문학적으로는 플러스 같음.

결론적으로 소설이 줄 수 있는 장점과 즐거움을 두루 갖춘 멋진 소설임. 분량 때문에 위대한 유산이나 크리스마스 캐럴만 읽은 독붕이들 많을텐데 디킨스 맘에 들었으면 꼭 시도하길 바람(디킨스 입문으로는 분량 때문에 좀 그럼). 


3줄 요약 


1.이야기도 재밌고 인물도 재밌다.

2.디킨스는 천재다

3.꼭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