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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최윤의 소설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를 완독했다. 최근에 문학과지성사 클래식 시리즈에 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읽다 보니 느껴지는 게, 거를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 책도 역시나 훌륭했다.


표제작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는 광주 민주항쟁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소녀’ 에게는 오빠가 있다. 소녀의 오빠는 어느 날 벌어진 항쟁에 참여했다 그만 목숨을 잃게 되는데, 소녀의 어머니마저 얼마 안 있다 오빠와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 벌어지게 된다.


어머니가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본 소녀는 트라우마에 사로잡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존재에서 소녀는 강한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에서 해방되길 원했던 그녀는 오빠의 무덤을 찾아가기로 한다.


무덤을 찾아가는 소녀의 이야기, 그런 소녀를 찾아다니는 오빠의 친구들, 오빠와 비슷하게 생겼단 이유로 소녀를 만나게 된 ’장‘.

주인공인 소녀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이 교차하여 전개되는 이야기가 인상깊었던 것 같다.


작품을 읽으며 느낀 게, 역사적인 측면으로서의 이야기를 전하기 보다는 사태로 인해 고통에 시달려야 했던 개인의 내면적인 것들을 많이 드러내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소녀는 몇 마디 말 없이 그저 소리를 지르거나, 광기에 가깝다시피 한 몸과 마음으로 자신을 헐뜯는다.

말을 통한 직접적인 의미의 전달보다는 소녀의 심리에 더 이입하게끔 하여 보다 짙게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사건을 직접 보지 못하고 외국의 신문 기사로만 접해야 했던 (이 당시 그녀는 프랑스에 있었다) 당시의 작가가 느꼈을 법한 무력감이,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녀와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보며 똑같이 말을 잃고 마는 장씨의 모습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표제작이 아닌 다른 작품들도 좋았다. 민족의 분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아버지 감시>, <벙어리 창> 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문인들이 뽑은 한국문학 100선에 이 책이 있던데, 읽고 나니 납득을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