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계단 난간 너머로 닉과 멀리사가 보였다. 진열된 책 옆에 서 있었다. 멀리사는 무척 창백한 장딴지를 드러내고 발목 끈이 달린 플랫 슈즈를 신고 있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고 쇄골을 만졌다.

보비, 나 얼굴 반짝거려? 내가 말했다.

보비가 흘끔 돌아봤다가 눈을 찌푸리고 나를 자세히 봤다.

응, 조금. 보비가 말했다.

나는 폐 속의 공기를 조금 내보냈다. 이미 계단에 들어섰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차피 아무것도 없었다. 물어보지 말 걸 그랬다.

나쁘진 않아. 너 오늘 귀여워. 왜?

나는 고개를 저었고 우리는 계단을 계속 올라갔다. 낭독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들 기대에 차서 포도주 잔을 들고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행사장 안의 공기는 무척 뜨거웠지만 거리를 향해 난 창문이 전부 열려 있었고, 시원한 바람이 왼쪽 팔에 살짝 닿자 몸이 떨렸다. 보비가 내 귀에 대고 뭐라 말을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척 했다.

결국 닉이 우리 쪽을 보았고 나도 그를 보았다. 내 몸 안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너무 세게 돌아가서 어떻게 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닉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숨을 들이마시더니 하려던 말을 삼키는 것 같았다. 우리 둘 다 손짓이나 몸짓도 없이 아무도 엿들을 수 없는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서로 바라보기만 했다.

잠시 후 보비가 말을 멈췄음을 깨닫고 고개를 돌리자 보비도 닉을 보고 있었다. 나는 유리잔에 얼굴을 대고 싶었다.

음, 옷 입을 줄은 좀 아네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른 척하지 않았다. 닉은 흰 티셔츠에 스웨이드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데저트 부츠였다. 나도 데저트 부츠를 신고 있었다. 닉이 잘생겨 보이는 것은 원래 잘생겼기 때문이었지만 보비는 나만큼 미에 약하지 않았다.

멀리사가 골라줬을지도 몰라. 보비가 말했다.

보비는 수수께끼를 감추듯 혼자 미소를 지었지만 보비의 행동은 전혀 수수께끼같지 않았다. 나는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시선을 돌렸다. 햇빛이 들어와서 카펫에 눈처럼 하얀 네모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침대도 같이 안 쓴대. 내가 말했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고 보비가 턱을 아주 살짝 들었다.

알아. 보비가 말했다.

작가가 낭독을 하는 동안 우리는 평소와 달리 귓속말을 하지 않았다. 여성 작가의 단편집이었다. 내가 보비를 흘깃 보았지만 보비는 계속 앞만 보았고, 그래서 나는 모종의 이유로 벌을 받고 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