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동안 언어적 쾌락을 탐닉하고 그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독서해왔다.

동시에 내게 관념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저서들의 힘을 경시해왔다.

읽고 이해하는 지성의 활동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인간의 의지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지성이 받아들인 악한 이미지나 사상에 쉽게 동조할 위험이 있다.

그 사실을 내 안에서 자발적으로 흐렸다.

분명히 미는 지성을 기쁘게 하고, 선은 의지를 기쁘게 한다.

그러나 내가 읽은 책이 독자의 지성과 정념을 일시적으로 해소해 주는 건전한 오락이었나, 아니면 이성을 마비시키고 끊임없이 자극적인 결핍만 갈구하게 만드는 영혼의 독이었나?

독서의 목적이 올바르지 못했고, 올바른 목적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절제를 잃은 탐닉 속에서 나는 무지해졌고, 인간 본성에 심어진 올바른 질서인 자연법을 무시했다.

문학의 탐미적인 언어는 내 정열을 불태웠지만 그것은 정열보다 중요한 나의 덕과 습성을 공격했다.

악은 내 주위에 안개를 흩뿌렸다.

어느샌가 눈 앞의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절제하며 배우는 태도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과 자기관찰력을 잃었다.

미처 인지하지 못할지언정, 범해진 한 종류의 죄악은 그것의 친구를 데려온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한 곳의 입구로 끌려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공허하지 않은 상태를 먼 과거로 느끼고 있었다.

타협과 방만의 뱃속에 빠지고 그것들을 낳은 교만이 나를 비웃었다.

어느새 눈을 잃어, 가려진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목적의 올바름, 우선 순위의 올바름, 능력의 한계 인정 아래서 독서가 이루어져야 했다는 것을 몰랐다.

내 영혼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으나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로 덫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돌이킬 수 없어지기 전에 그의 저서를 접했다.


그의 책은 이해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나의 독서는 그의 지도 하에 이루어질 것이다.

그에게 계속해서 배우며 분별력을 되찾을 것이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닌, 그 자체로 감각과 관념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문자를 통해 저자의 감각과 관념과 만난다.

한동안은 깨끗한 책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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