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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의 소설 <토정 이지함>은 토정 이지함을 주인공으로 16세기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132페이지의 분량을 가져 전기소설로 부르기보다는 단편소설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짧고 줄거리마저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을사사화를 계기로 관직을 멀리해 산림에 기거하던 이지함이 포천 현감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한 역사적 문제 인물의 삶의 한 부분을 소설화하는 것을 넘어 16세기 조선의 복잡한 계급과 그에 따른 다양한 대화 양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이·이황과 같은 유학자와의 대화에는 학문적 깊이와 유교적 미덕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느낌을 주고, 




하층민들 사이의 대화에서는 천박하고 걸쭉한 욕설과 독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을 듯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지함은 이문구의 조상이며, <관촌수필>에도 나오는 조부의 유교적 지성과 부친의 민중적 열정을 동시에 포괄하는 인물이다. 이지함의 민중구제는 유교의 덕목을 선양하는 입장에서 추구된다. 자신의 능력을 궁핍한 민생에 바치면서 자신의 궁핍은 간직한다. 이지함의 민중구제는 군림하는 자의 자비가 아니라 공생하는 자의 향유다. 


"웃동강이 긴 동네(사림)"과 "밑동강이 긴 동네(토민)" 두 세계 모두에 걸쳐 있고자 한 개인의 인간성을 지고한 지경으로 이끌어나가는 데서 <토정 이지함>의 서사적 기본틀은 완성되며 역사적 진실성이 생동하는 힘으로 살아난다. 

이지함은 윗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그리고 아랫사람들의 열망을 외면할 수 없어 목민으로 나선다. 발칙한 방외인으로 알려진 이지함이지만 그는 유교 원리의 중심에 서서 걸어 왔다고 소설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문구 소설에 대한 감상글을 올릴 때마다 언급하는 요소지만 그것은 그의 문체와 생동감 넘치는 대화 서술로 뒷받침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