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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오에 선생의 유작, 만년양식집을 드디어 읽었다.

이 소설의 중요한 두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오에의 전작 '체인지링', '그리운 날에 보내는 편지', 이 두 편을 읽지 못한게 좀 많이 아쉽다.(GPT로 줄거리만 파악함)

오에 자신이 그동안 소설을 쓰며, 어떻게 타인의 삶을 전유하고 신화화했는가에 대한 재판을 메타픽션으로 써낸 듯 하다.

기 주니어는 기의 서사(그리운 날에 보내는 편지)
시마우라는 하나와 고로 서사(체인지링)
마키, 치카시는 가족과 장애 서사(특히 아카리에 대한)
아사는 시코쿠 숲의 서사에 대하여
조코가 모르던 부분, 왜곡한 부분, 빼앗아간 부분, 원치않게 드러낸 부분들을 지적하고 심문한다.

소설가는 타인의 삶을 재료로 쓸 권리가 있는지, 그리고 평생 그렇게 해 온 소설가가 만년을 아름다운 양식으로 정리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는 소설.

오에는 자신의 가장 위대하면서도 취약한 부분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말년의 양식으로 끌고간다.

타인의 사생활을 잘라서 자기 신화로 편입시키고 행동가로서 보이는 면모와 다르게 소설가로서는 무능하고 우울한 굴레를 맴돌며 자기복제를 계속하는 모습을, 세 여성에게 심문받고 재판하지만 결국 도덕적으로 안전하게 후퇴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다시 쓰며 소설가의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낡고 추한 아집과 높은 도덕의식, 빛나는 지성이 합쳐져서 위험하고 지루하며 위대한 양식을 세워 나간다.

그래서인지, 오에의 도덕적 레이어는 특히나 깊고 복잡한 것 같다.

1. 타인의 서사를 폭력적으로 전유하고
2. 그 폭력성을 스스로 비판하고
3. 그 비판이 옳음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자기 글쓰기로 회수하고
4. 이 무력하고 우울한 반복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5. 그 모든 것을 만년의 양식으로 조립한다.

글쓰기는 가족을 구해내지 못하고, 아들의 미래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은 친구들을 더럽히며, 대지진 이후의 세계를 바꾸지도 못하고, 쓰면 쓸 수록 무력함과 죄는 깊어지지만,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다.

'익사'에서 바흐를 고래고래 따라부르던 조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오에는 윤리적으로 의심스럽고, 여성들에게, 가족들에게, 고향 주민들에게 비판받아 마땅하며, 젊고 진보적인 행동가들에게는 경멸받는 힘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붙들어 맨 채 죽음으로 나아간다.

오에의 후기작은 정말 독특하다.
자기만 아는 이야기, 지겹게 했던 이야기, 별 사건도 없는 대화들을 힘겹게 읽고 나면 정말 진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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