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격 좋아 보이는 사람의 이름은 이고리 "예고르" 레토프(1964-2008)
옴스크(시베리아에 위치한 도시)에서 태어나 20대 시절 홈 밴드 활동을 하다가 KGB에 반동분자라고 끌려가기도 했고
(아쎄이 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몸이 선천적으로 안 좋아서 넘어갔다. 실제로 같이 활동하던 다른 친구는 강제 징병당해 카자흐스탄에서 복무했다)
(대신 4개월 동안 강제로 정신병원에 수감당해서 모르모트 대신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65KpRcIz9E&pp=0gcJCTkLAYcqIYzv
이후에는 히피-펑크-아나키스트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뭔 개소리냐 하겠지만 당시 시베리아 지역 같은 곳에선 반문화counterculture들이 서로 융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에두아르트 리모노프(빨'갱'이) 및 알렉산드르 두긴(파쇼)와 함께 "민족볼셰비즘" 활동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
이게 뭐냐면 히틀러와 스탈린이 서로 원나잇 한 뒤에 태어남 당했지만 양쪽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사생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여튼 90년대 말부터는 정치에 발 끊고 반쯤 은둔생활을 하며 사이키델릭한 노래들 잔뜩 쓰다가 2008년 2월 어느 날 밤 심장 마비로 훅 가버렸다
확실히 독특한 문학적 세계를 갖추고 있었고 그 때문에 지금도 팬들이 많지만
(90년대 포스트 소비에트 문학이나 담론 접하다 보면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90년대 정치 활동 때문에 지금도 간간히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필자도 레토프 노래는 좋아하지만 사상은 별로 안 좋아한다. 민족볼셰비즘 그거 걍 루시판 우리민족끼리잖아)
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이 아재 노래를 보다보면 은근히 북한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Я купил журнал Корея, там тоже хорошо
(나 "조선" 紙를 한 부 샀다, 그 곳도 마찬가지로 좋다) <- 여기서 "조선"은 북한이 체제 홍보용으로 해외에 발매하는 잡지 제목임
Там товарищ Ким Ир Сен, там тоже что у нас,
(그 곳엔 김일성 동지가 있다, 그 곳 사람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이 살아간다)
Я уверен что у них тоже самое, и всё идёт по плану
(그들도 우리처럼 살고 있다고 나는 믿고, 모든 건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다)
- Всё идёт по плану (모든 것은 계획대로, 1988) <- 참고로 레토프의 대표곡이다
Цель оправдывает средства, давай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나니, 어서)
Убивай, насилуй, клевещи, предавай
(죽여라, 강간하라, 비방하라, 배신하라)
Ради светлого, светлого, светлого, светлого, светлого здания идей Чучхе
(밝디밝게 빛나는 주체사상의 건물을 위하여)
- Харакири (할복, 1988)
Идеями Чучхе да насыщаются народы
(인민들은 주체사상에 배불리 자라났다)
Пронзительно взывая героическим сознаньем
(영웅적인 의식에 통찰력 있게 호소하며)
В далёкий Пхеньян наши помыслы струятся
(저 머나먼 평양으로 우리의 사상이 퍼져나간다)
Там наш великий вождь — сын прославленной Отчизны
(그곳에 우리의 위대한 수령님이, 명성 높은 조국의 아드님이 계신다)
Навеки все мы все — Паломники в Корею
(언제까지나 우리 모두는 조선으로 향하는 순례자이다)
- Паломники в Корею (조선으로 향하는 순례자, 1989)
가사만 보면 그래서 김일성이한테서 얼마 받아먹으셨어요 할 수준이지만
이런 노래 부르며 다니던 시절 레토프는 타락한 회색빛 소련이 인민을 배반했다고 까대는 게 일상이던 인물이었다
가령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첫 번째 노래의 경우 (참고로 이 노래는 레토프의 대표곡이다)
"이념과 전혀 무관하게 평범한 소련 인민이 죽을 듯 지친 체 일터에서 집에 돌아와 (프로파간다에 점령된) TV를 보면서 쉬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노래를 썼다고 밝혔다
근데 90년대 들어서 이 아재가 갑자기 이상한 노래를 하나 부르기 시작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WSzHnHv1BZI
그렇다
갑자기 (자칭) 항미원조를 외치며 남의 전쟁에 끼어든 중국을 찬양하고 "점령군" 미국 꺼지라는 북한산 찬양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심지어 인기가 있었고 본인도 좋아했던 건지 90년대 공연들 보면 단골로 등장한다
사실 페레스트로이카에 8월 쿠데타에 소련 붕괴에 헌정 위기까지 당시 러시아가 평범한 인민 이반과 마리야가 살기에 너무나 힘든 곳은 맞았고
그러다 보니 다들 우리 벨리카야 라시아를 우롱하고 속이고 등쳐먹은 아메리까와 서구에 대한 반발감이 극도로 커지던 시기가 맞긴 했다
(피해망상인 것도 맞고, 정말로 이 시기 서구가 러시아 꽤나 등쳐먹은 것도 맞긴 하다)
레토프 본인이야 소련 시절부터 페레스트로이카를 심심하면 까대던 사람이고 또 "민족" "볼셰비즘" 활동하던 사람이기도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근데 레토프가 리더로 활동한 "민방위" 공식 사이트를 찾아보면
이 노래 작사자로 "툐 렌 추르"라는 희한한 사람 이름이 올라와 있다
아무리 봐도 러시아 이름은 아니다
러시아 쪽 커뮤니티들을 뒤진 끝에 간신히 이 사람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조령출(본명 조령암)
일제 시대의 작사가 · 극작가로 전형적인 심영 메타(친일 -> 월북)를 밟은 흔한 딴따라다
안타깝게도 심영처럼 총 맞고 의사양반에게 울부짖지는 않았다
근데 필자 입장에서 궁금한 게
레토프 이 아재는 대체 어떻게 이 무명 딴따라의 시를 접한 것이며
누가 이 찬양가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심지어 이 사람 전집이 국내에 출판되어 있어 (총 4권)
도서관 찾아가 전부 뒤져봤는데 비슷한 시나 노래 가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서로 틀로 박은 듯 비슷한데다 재미도 없는 공산당 찬양 불쏘시개들 일일이 뒤진다고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뭐 원본이 국내에는 전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혹시 이 가사의 한국어 원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제보해 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주겠다
레토프추
"всегда живой"
시인으로서는 듣보에 가깝지만 작사가로서의 조명암은 한 획을 그은 사람임. 알뜰한 당신, 선창, 목포는 항구다..
ㄹㅇ? 그 쪽은 잘 몰랐음. 내가 아는 조명암은 "혈서지원가" 임팩트가 너무 커서 그런가
@Kamchatka(203.253)
앞의 두 곡은 가수인 황금심과 고운봉이 사망했을 때 장례식에서 불렀다는 얘기를 조영남이 종종 함
https://youtu.be/8-rBgBNuRE8?si=ME2Wn7qoVlJf_Mdd
그건
그렇고 혈서지원가가 뭔가 해서 검색해보니까 작사가 작곡가 가수가 다 레전드급이네ㅋㅋ
@ㅇㅇ(118.217) 안 좋은 쪽으로 레전드 ㅋㅋㅋㅋㅋ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