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글쓴이가 '생각'하는 바를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님

그건 저널리즘 논픽션의 목표지

훌륭한 예술에는 언제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분이 남아

명료한 메시지로 요약되는 예술만큼 허무한게 없지

예술은 내가 익숙하다고 여겨왔던 세계를 낯설게 느끼게 만드는거고

전혀 익숙지 않은 다른 존재와 접촉하면서 새로운 인식과 체험을 촉발하는거임

그리고 이건 글의 형식이나 문체와 분리된 내용이나 의미에 의해 작동하는게 아님

체화라고 하지. 문학적인 글이란 단순히 감동적이거나 재치있거나 인생에 대한 통렬한 통찰이 담긴 내용을 읊는 글이 아니라

그걸 문체와 형식, 구조 자체에 녹여내는 글임. 문학에서 스타일과 의미는 구분되는게 아님

그런 글이라야 비로소 읽는 사람에게도 예술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이고

'아하, 이건 이런 메시지가 담긴 글이구나. 좋은 글이네' 같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이게 꼭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뭐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섣불리 말을 이을 수 없는 그런 경험을 하게 만드는게 일반적으로 훌륭한 예술작품인거임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흔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언어의 형식은 그만큼 닳아 있기 때문에

역량과 야망이 있는 작가들은 고유한 형식을 발견하고 쇄신하려고 하고 그래서 때때로 어려운 글이 비평적으로 상찬받는거임

물론 어려운 글=좋은 글은 아니고

쉬운 글=나쁜 글도 아님

어렵고 쉬움과 좋고 나쁘고는 그저 다른 기준일뿐임

어려우니까 좋다, 어려우니까 별로다 류의 주장은 문학이나 예술론이 아니고...

그냥 자신의 콤플렉스나 허영심을 투사하는 것뿐임

당장 어렵다 쉽다 자체가 얼마나 유동적인 기준인지 생각해보자고

비평은 이 철저히 주관적인 좋고 나쁨의 감각과 체험을 나름의 논리와 수사로 전달하고 설득해 보려는 시도인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