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시집 한 권 당 시 50편이 수록되니

이게 무슨 기적의 수율인가 싶겠지만


여기에서 '좋은 시'라는 것은 음악으로 따지자면 한 앨범의 킬링 트랙에 해당된다


독자 입장에서는 만원 초중반 대에 육박하는 가격을 생각하니 배신 당한 기분이 들겠지만

다시 음악으로 생각해보자. 한 해에 주목 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앨범은 얼마나 많은가?

그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앨범들 중에서 킬링 트랙은 몇 개나 있을까?


책이니 문학이니 하니까 뭔가 대단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등단이란 건 독자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어느 수준의 보증 같은 것이지 흥행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시집이라는 꼴을 갖춰서 세상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그 일련의 작업이 곧 독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50편 중 딱 한 편(물론 좋은 시집에는 좋은 시가 더 많이 실려 있겠지)만 좋더라도 그 시집은 살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게 소설과는 다른 시의 매력이다.

소설가는 소설 한 권으로 기억되지만 시인은 시 한 편으로 기억된다.

당장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인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의 대표시도 나란히 떠오르지 않는가?

시집 한 권이 아니라 시 한 편을 위해서 만원을 쓴다, 이 지불이 아깝지 않을 경험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