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천년 맺힌 시름을
출렁이는 물살도 없이
고은 강물이 흐르듯
학이 날은다
천년을 보던 눈이
천년을 파다거리던 날개가
또 한번 천애(天涯)에 맞부딪노나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솥작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어이할꺼나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
천지엔 이제 꽃잎이 지고
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
또 한번 나-ㄹ 에워싸는데
서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기러기같이
서리 묻은 섣달의 기러기같이
하늘의 얼음장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 했더니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괜, 찬, 타, ……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매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광화문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
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왼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왼 하늘에 넘쳐흐르는 푸른 광명을
광화문--저같이 으젓이 그 날개쭉지 위에 실고 있는 자도 드물라.
하눌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던지, 날으는 몇 마리의 나비를 두시던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던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여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응 그래서 형은 A~S급으로 20편만 실었어
2026년은 『서정주시선』(1956) (a.k.a. 국화 옆에서) 출간 70주년입니다
(기념으로 리커버도 했음)
와 지리긴한다
대 정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