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요약
1. 독붕이에게 책은 가격 이상 / 갓반인에겐 가격 이하의 가치이고
2. 두 간극은 해소되지 않아 모든 고통은 독붕이의 몫이니
3. 대여보단 그냥 선물해주는 게 나음





지금까지 내 집에 와서 책장 보고 관심 보인 사람 자체가 전체 손님의 1/5 밖에 안되니까
감탄해주고 칭찬해주면 나도 좋아 응대하다보면
아, 저도 책 읽어야 하는데 -> 별거 없어요 쉬운 책부터 빌려드릴까요?
의 흐름이 됨


써놓고 보니 딱 독갤 뉴비들과의 질답을
피지컬 책으로 하는 느낌이네 ㅋㅋㅋㅋ


아무튼 초기의 나는 진짜 좋은 마음으로 책을 빌려 줬음
근데 그렇게 빌려주고 못 받은 책이
과장 안 보태고 한 40권은 됨



리스트는 독갤의 어떤 현자가 만든 이 콘이랑 90% 일치하고 ㅋㅋㅋ
죄와 벌, 코스모스,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대표적 고전은
정말 뻥 안치고 3번 이상 빌려주고 못받아서 새로 삼


쓰다보니까 얼마전에 산 황석영 신작 <할매>도 빌려주고
아직까지 못 받은 게 떠올라 개빡치네..
내가 할배가 되기 전엔 받을 수 있을까??



암튼
초기엔 발려간 사람을 다시 만나면 읽었냐고 물어보는 게 우선이었음
독붕이 입장에선 돌려 받는 것보다 현실 지인이랑 책 이야기하게 됐다는 게 훨씬 좋으니까
근데 대학 이후 사회에서 만나 책 빌려준 사람 중, 내가 빌려준 책을 읽었다는 사람은 놀랍게도 0명 이었음..


대부분이 빌려간 사실 자체를 기억 못 하거나
약간 여행 가서 빌려준 수건 한 장을 나중에 돌려달라는 소릴 듣듯,
'그 별거 아닌 걸 돌려달라고 한다고?' 하는 느낌임

심지어 어떤 ×××는 책 중고가 만큼의 기프티콘 주면 되냐 ㅇㅈㄹ해서
개쌍욕 박아주고 인연 끊은 적도 있음 ㅋㅋㅋ


한 10년 이상 혼자 화도 내고 속앓이도 했는데
이젠 알겠음 갓반인에게 책은 그냥 치킨보다, 담배 두 값보다 훨씬 싼,
종이 뭉치인 거임.. 거기에 뭔가 읽어야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져 더 손대기 싫어지는?

흡연자들이 신박한 금연방법 나왔다면 잠깐 관심 갖고 브로셔도 받아오지만
집에 오는 순간 어딘가에 던져 놓고 영원히 찾지 않는 심리?
근데 그 영업사원이 재등장해 브로셔를 내놓으라고 하면??
그 브로셔를 수백 장씩 갖고 있던 새끼가???

..걔들 입장에서도 뭔가 황당하긴 한 거지


진짜 담배를 끊으려던 게 아니라
의무감과 가책에 충동적으로 가져온, 중고가 만원 밑의 무의미한 브로셔일 뿐이니까..



근데 사실 결론은 이런 인류애 박살나는 버전은 아님
저걸 깨닫고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냥 사서 선물해 줌


그러면 우선 놀랍게도 읽는 비율이 거의 30%까지 급상승하고
다음에 읽을 책을 물어보거나, 책으로 티키타카 하게 되거나
심지어 나도 선물해 준 걸 잊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 이야기하며 진짜 잘 읽었다는 인사를 받게 될 때도 있음


아마도 선물받은 책은 무의미한 브로셔가 아니라
자기 건강을 걱정하는 누군가가 준 영양제 같이 느껴지나 봄

우리도 그런 거 받으면 꾸역꾸역 느리게나마 먹긴 먹으니까 ㅋㅋ



그리고 진짜 개꼴리는 포인트도 있긴 함..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들의 인생에서
죄와벌, 금각사, 핏빛자오선, 셜록홈즈전집(이건 최상급 중고 널림), 코스모스, 어린왕자나 작은아씨들을
처음 사줘서 읽게 한 사람으로 평생 기억되는 거잖아???




흐응..



흐으응....




흐흥!



개좋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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