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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악명이 높은 책이라 내가 각오를 한 다음 읽어서인지 그렇게 역겹거나 충격적이진 않았음. 물론 험버트의 행동은 추악하기 그지없더라. 자기 욕망 때문에 돌로레스 헤이즈라는 한 소녀를 롤리타라는 천박한 님펫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비판적일 수밖에. 결국 롤리타와 험버트 모두는 파멸했지.

그러나 내가 유독 소름 돋았던 부분은 '욕망의 무서움'이라 할 수 있음. 험버트는 우리와 전혀 다른 외계인 아님. 똑같이 욕구를 가진 인간임. 우리도 보면 욕구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많음. 특히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선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을 때가 많지. 험버트는 그런 모습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거임. 어쩌면 우리 모두가 험버트처럼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제일 충격이었음. 역겨움보단 욕구에 대한 경계심이 들었달까?

특히 극후반부에 험버트가 롤리타의 마음을 전혀 몰랐음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사랑했으니 충분하다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음. 실제론 자기 성욕을 정당화하는 발언에 불과하지만 마치 로맨스물 주인공처럼 말하니 인지부조화가 왔음. 험버트 쟤는 디시 했으면 념글 자동 티켓일 거임 ㄹㅇ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문장 전달력은 훌륭했음. 만연체와 라임 말장난, 그리고 괄호 삽입이 굉장히 많은데(마치 이 문장처럼) 술술 읽히는 편이었음. 다만 책을 많이 안 읽은 입장이라면 어려울 수준으로 살짝 난해한 구조를 가졌음. 복선이랑 반전도 있었고. 굳이 충고하자면 평소에 노문학을 많이 읽고 비판적 사고를 잘 하는 사람에게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