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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암실]
이 글은
이상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담고 있다
주인공 이름이 실제로 리상 이다
시작은 밤.
이상이 문학을 하는 시간.
책상위에는 등불과 지도 달력이 있고
시계는 친다
네시 다섯시 여섯시 일곱시 여덟시 아홉시
여섯시간정도를 잠을 잘 것이다
잠을 들기 직전인지 직후인지
잠을 자고 일어난건지
일어났으면 이제 집 밖으로 나가는건지
나가서는 어딜가서 뭘 했는지
무엇 하나 명시적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객관적 사건의 나열 대신,
시선이 향하는 곳과 사고의 흐름을 따라서
우린
이상의 하루 일과를 추적한다
이상의 아름답고도 모호하면서도 두뇌에 직접 전극을 꽂아박은듯 흘러가는 그 문체
그 문체를 따라서
이상은 백화점 영화관 레스토랑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레스토랑에선 여자도 만나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글을 쓰는 이상의 잠자기전 인사와 이불을 덮어준(독후감 쓰는 나의 기억왜곡이 좀 있을 수 있다)
이상의 하루
이상의 하루!!
수미상관으로 등불앞에서 마무리지어지는...
제목의 지도의 암실은 어쩌면 이상의 이 하루 일과가
밤의 세계(문학의 세계)안에서 작은 지도속의 일과였음을 나타내지 않나 싶다
이상은 밤의 세계와 낮의 세계가 구분된다
소설속에서도 낮의 자신을 K라고 부른다
물론 적확한 설명이 없기에 처음 글을 접하면
리상은 누구고 K는 누구야? 싶다
참 좋다
지도의암실...
내 최애 소설중 하나다
그래서 이렇게 독후감이 길었다
초현실주의
우리 뇌속에 갇힌 하루하루의 경험을
사진기로 찍듯이 찍어낸,
그래서 하루 일과동안의 두뇌의 흐름이 그대로 담긴...
잘쓴 소설이란 무엇일까
하면 난 주저없이
하루 일과를 쓰는거 아니야?
그냥 평범한 대상을 필력 좋게
우린 필력을 자랑하기 위해선 줄거리를 고요하게 만들어서 필력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지
지도의 암실...
[휴업과 사정]
주인공은 또 보산이다
또라는 표현을 쓴건, 이상이 이 소설을 투고할때 필명이 보산이었기에
이번 소설도 이상은 주인공을 자기자신으로 대입했다
줄거리가 아주 단순한 글토막이다
보산의 마당으로 옆집사람(SS)이 자꾸 가래침을 뱉는다는 내용
보산은 혼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뚱뚱보 SS를 마음속으로 저주하고 비난하고
급기야 편지를 SS의 부인에게 보냄으로써 SS를 고발하고 복수하려는 생각을 한다
마무리는 편지지를 넣으려고 옆집 문앞까지 갔더니 아들을 낳았다는 숯과 고추가 걸려있는걸 보고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
진짜 단순한 줄거리고 기승전결도 없이 진행된다
(지도의 암실도 기승전결이 없었지만)
주인공이 이상 자기자신인만큼
이 글에서도 보산은 글을 쓴다
글을 통해(편지) 복수하려던것도 그렇다
이상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글을 대중들이 몰라봐준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옆집의 비위생과
나의 위생이 충돌하는것이 이 작품의 갈등인데
이를 이상의 모더니즘과 결합해서 생각해봄직하다
즉 더러운 뚱땡보SS는 더럽게도 내 영역을 침범하며
그런데도 여자가 있고 아들도 낳았는데
이상은 여기에서
자기 작품의 위생성은 대중성과 결합하지 못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자기 시의 위생성과
그 위생성의 반대인 비위생성사이에서 끝없이 혼자 머리를 쥐뜯으며 글을 쓰는 이상이 떠올랐다.
이상, 그는 노력형 천재였을까?
그의 천재적인 작품 뒤에는
SS를 신랄하게 까면서 자신의 위생성을 위해 투쟁한
머리쥐뜯는 고뇌와 노력이 있었을까?
[지팡이 역사]
이 글도 쉽다
내용인 즉
두명이 밤을 꼴딱새고서 여관으로 간다
그리고 그 둘은 아침을 먹고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를 탄다
기차안에 사람들을 관찰한다. 특히 여인들을 관찰한다
기차 밑바닥에 동그란 구멍이 있더라
할아버지 하나가 담뱃불좀 달라고해서 줬더니
담뱃불붙이던 할아버지 지팡이가 그 구멍속으로 빠져서 와지끈
그걸 보고 사람들이 웃는다
할아버지, 뭐 잃어버린거 없수? (깔깔깔)
근데 그 노인은
어차피 거저얻은거였다면서 찾을 필요없다고
무덤덤하게 담뱃재를 그 구멍에 턴다
그 담배터는 모습에 주변사람들이 경외를 느낀다
좋다
이 작품은 확대해석 할 필요가 딱히 없는 것 같다
구성도 너무 훌륭하고
진짜 어떻게 이런 플롯을 생각한건지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상 소설 안본사람들은 놓치기 쉬운데
이상은 심리묘사와 디테일묘사에 신이들린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는 씬
기차에타서 기차사람들을 관찰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씬
모두 환상적이다
진짜 진짜 아름다운 글 조각
혹시 이상 소설 읽고싶은데
쉽게 읽히면서 아름다운 문체를 느끼려면 이 소설을 보면 된다
이상 입문으로는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줄거리 언제봐도 깔끔
마지막 마무리까지 완벽하다
[지주회시]
내가 읽은 네개의 소설중에,
가장 일반적인 소설형식을 띄고있다
줄거리만 놓고보면 다른 작가들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줄거리.
반대로 말하면
그냥 하루일과를 소설이라고 내놓은 지도의암실
소설내내 뚱뚱이한테 쌍욕만박는게 전부인 휴업과사정
기차타고 기차구멍안에 지팡이 빠진게 전부인 지팡이역사
얘네 셋은 소설에 기승전결이 없기때문에
이상의 맛깔나는 문체 없이는 소설답게 완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주회시의 등장인물은
창녀인 아내와 아내를 빨아먹고사는 거미같은 주인공
마찬가지로 창녀인 마유미와 그녀를 빨아먹고사는 거미같은 오(주인공의 친구)
그리고 뚱뚱한 카페주인(이 카페에서 매춘함), 뚱뚱한 전무
아내가 뚱뚱보 전무한테 양돼지라고 개겼다가 걷어차여서 계단을 굴렀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서는 구른것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도 없이 이상특유의 환상적인 묘사들이 이어지다가
굴른거는 잊었을때쯤
마지막에 다시 그 굴렀다는 내용이 등장하고 합의금을 받았다는 내용
소설 내내 아내가 말랐다는 얘기를 한다
마른 아내
그리고 마르고 병든 주인공
반대로 뚱뚱한 전무, 뚱뚱한 카페주인
그리고 친구 오의 아내인 마유미는 살집이 있는데
주인공의 아내는 말랐다며
소설의 끝부분엔 아예 받은 합의금으로 주인공은 마유미랑 한번 하려고 가는 걸로 마무리 지어진다
소설은 돈얘기를 한참 한다
오는 마유미가 번돈으로 도박을 하고
주인공도 뚱뚱주인으로부터 100원을 꾸는데 그 꾼돈을 오에게 맡겨서 오가 그걸 5배로 갚아주겠다고 한걸 믿고 돈을 날리기까지한다
이 소설은 결국
돈, 뚱뚱보, 창녀, 돼지, 거미
돼지를 만난 거미
이 주제를 아주 아름답게 써놓았다
아내야 다시 양돼지라고 하고 굴러라
20원
다시 양돼지라고 하고 굴러라
20원
다시 발길질당해서 굴러라
라고 매듭지어지는 결말부분까지 깔끔하다
개인적으로 이상소설이지만
정상적인 볼륨의 스토리를 갖춘듯 해서
네 소설중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볼륨도
다른 소설에 비하면 굉장히 빈약한거다
이 소설의 플롯도 결국은
아내가 굴렀다
로 시작해서
아내가 굴렀다
로 이어져서
아내야 굴러라
아내야 굴러라
로 끝나는
깔끔한 이상소설이다
[마무리]
그 다음으로 읽을 소설이 날개다
날개를 읽는 내 마음이 들떠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상 날개가 상대적으로 더 훌륭하다
와 씨x 지금 네 소설만으로도 오줌지리는데
이것보다 훌륭해?
역시 표제작은 다른가?
(2) 이상 날개가 상대적으로 더 저급하다
얘들아!!! 이상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봐
날개만 읽은 쉑들
지도의 암실도 읽어봐봐
1일지 2일지 기대되는 바
봉별기도 참 좋은데
봉별기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더라 기대되네 12월 12월은 중편소설로서 또 독특한 지위를 갖고있는거같고 이상이 단명한만큼 작품이 적은데 그래서그런지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