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어찌 미워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영혼의 일부가 오래 전부터 만화책에 할당되어 있는 것을.

가족들의 눈총과 거듭 되는 이사 중에 지켜낸 만화책이 적긴 하지만, 그럼에도 만화책은 제게 피요 살이요 영이므로 그저 신성할 뿐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 & 톨스토이 못지 않게 이현세 & 허영만을 중히 여기고, 제인 오스틴 박경리 박완서 읽듯이 신일숙 김혜린 강경옥 작품들을 읽어 왔습니다. 헉슬리와 힐튼의 소설 만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만화판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하고, 임레 케르테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만큼 아트 슈피겔만의 퓰리처 수상작 만화도 뛰어나다 여깁니다.

   

지난 주말 아들에게 명탐정 코난 만화책을 일곱 권 사주고, 그것에 분노한 주인님의 핍박을 견뎌야 했습니다. 

록 홈즈 전집, 뤼팽 전집, 대실 해밋 전집, 브라운 신부 전집, 필립 말로우 전집, 조르주 심농 전집, 에드거 알랜 포 전집 등 이런 것 죄다 사 읽어도 가만 있던 주인님께서, 명탐정 코난 만화책에 발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본래 책 사 읽으면 짝 안맞는 것을 못참는데, 명탐정 코난 권 수가 좀 많은 것 같아서 앞으로 꾸준히 사서 읽다보면 주인님의 핍박이 점점 더 강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들을 꼬드겨서 앞세우는 지혜를 발휘해야 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