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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빨을 못 받아서 아쉬워서 하는 말인데
사철제본이고 디자인도 진짜 이쁨…


역자의 표현을 빌려 이 책을 멋있게 소개하자면,

[저자 캐럴라인] 해굿의 글쓰기는 "정확하게 가리키기"와 "명료하게 표명된 체계"로부터 무한히 멀어진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이고 (감히 표현하건대) 여성적이다. - 119p

실제로 이 글은 굉장히 실험적이다.

저자는 이 글을 '시적인 에세이(lyric essay)'라 표명하며, 이 말 그대로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에세이와 시, 비평과 회고록의 경계가 흐려지고, 서로 다른 장르의 글쓰기가 한 텍스트 안에서 공존한다.

일례로 이 책의 목차를 보자.

연구 계획 11
초록 27
방법론 29
사사 49
서론 65
문헌 검토 71
결과 및 논의 83
결론 95
부록 107

목차에서 볼 수 있듯 이 글은 객관적인 논문의 형식을 빌리고 있음에도, 내용은 가장 내밀하다.

때로는 어려운 이론과 학자들이 언급되며, 이와 동시에 자신의 사적인 경험이 얽힌다. 학술 논문과 회고록, 시가 하나의 텍스트 안에서 뒤섞이는 것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다시 말해 혼종적 글쓰기 형식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러한 혼종적 글쓰기가 여성임을 드러낼 수 있는, 여성적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두 이미지를 병치하고 그 사이를 세 번째 이미지가 가르는, 쓰리섬 같은 시의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 덕에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며 남성적 시선 바깥에서 여성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나는 바로 이러한 장르 융합의 방식을, 하고 싶었던 말을 표현해낼 수 있는 방식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 13p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층위를 병치하는 방식만이 여성의 경험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고 저자는 믿는다.



이와 동시에 글을 완성하는 것은 창조이며 동시에 출산이기도 하다. 즉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배태이다. 뱃속에 하나의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이 몸 안에서 자라나듯 문장 또한 몸 안에서 자라난다.

그래서 이 글은 저자의 (임신하기 전부터 임신하는 동안의) 경험이자 동시에 (여성적) 글쓰기에 대해 다루는 글이다.
다시 말해 혼종적인 주제를 다루는 혼종적인 형식의 글인 셈이다.

이러한 형식과 내용의 일치하는 실험적 구성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렇기에 여성적 (실험적인) 글쓰기, 임신했을 때의 여성의 내밀한 경험 등에 관심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여담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매기 넬슨의 『아르고호의 선원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해당 도서 역시 (퀴어) 여성으로서의 사적인 고백을 하며 임신까지의 경과를 비선형적인 구조 안에 엮어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저자는 본문에서 해당 텍스트에 영향을 짙게 받았다고 밝힌다.

많은 작가를 발견했지만, 나의 내면세계와 가장 사무치게 맞닿아 있는 건 매기 넬슨이다. 『아르고호의 선원들』 첫 페이지를 친구에게 보여준 기억이 난다. [중략] 넬슨은 내게 글쓰기의 큰언니처럼 나아갈 길을 일러주는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글을 쓰려고 앉아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를 떠올린다는 사실을 알면 넬슨이 내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까 봐 지금도 두렵다. - 50p

그렇기에 매기 넬슨의 『아르고호의 선원들』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이 책 역시 일독을 권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