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후전]은 '진침'이라고 명나라 말기에 태어나 청나라 강희제 초기에 세상을 떠난 한인 출신의 지식인이 조용히 은거하여 쓴 수호지 후속편인 책입니다.

본래 [수호전]은 많은 영웅 기인이사들이 모여 도둑떼를 이루어 송나라 중앙정부를 농락하는 이야기인데, [후수호전]에서 주인공 송강이 결단하여 송나라 조정에 투신하여 방덕의 반란을 진압하는 공을 세우는 것으로 갑자기 방향이 바뀌었다가, 간신들의 모함으로 송강 및 주요 두령들이 처형되는 것으로 끝납니다. [후수호전] 자체가 억지로 새로운 이야기를 붙인 느낌이어서 괴리가 큰 게 사실입니다.

[수호후전]이라는 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후수호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문열 번역 수호지에서도 [수호후전]을 무시하지 않고, 말미에 1/3 정도로 압축 요약해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문열 삼국지에서 제갈공명 사후 이야기를 1/4 정도로 요약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인데... 이문열은 [수호후전]을 수호전의 에필로그 겪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몇 번 [수호후전]이 번역되긴 했는데, 진침이 쓴 원전 [수호후전] 완역이 작년(2025년 8월) 새로 나와서 곧바로 사 읽었었습니다. 솔직히 읽는 재미는 있는데, 에필로그 이상의 가치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특히 저자가 역사적 지리적 사실에 대한 공부도 거의 안되어 있어 오류가 만발하는 게 불편하였습니다. 17세기 명청교체기 중반에 나온 작품인데, 동남아시아 - 고려 - 일본을 무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섬라'를 태국이 아닌 대만 정도에 위치한 것으로 묘사합니다. 아마도 (국성야) 정성공이 점령하여 청나라에 대항해 명나라를 다시 되살리려 싸우는 아지트 역할을 하였던 대만을 모델로 한 것 같은데, '섬라'라고 부르면서 대만 또는 오끼나와(율도국?) 느낌의 어딘가를 무대로 하고 있으니 영 헷갈립니다. 

게다가 송나라 말기가 시대 배경인 작품인데, 고려 왕과 교류하면서 고려 왕실의 성씨를 이씨로 쓰고 있으니, 조선 이씨 왕조와 고려 왕조를 저자가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게 빤히 보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책인 것은 사실이고, 수호전 팬이라면 일독할만 합니다. 그리고 이문열 수호지로 읽은 사람이라면, 이문열이 말미에 덧붙인 1/3 요약판으로 읽어도 무방하다고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