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12월 10일.


파리의 한 극장에서 관객들은 한 작가의 새로운 연극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엔 많은 작가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예이츠는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들 새로운 걸 기대하고 있었다.


이윽고 막이 올랐다.


기괴한 분장을 한 배우들의 등장에, 아직 20세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19세기의 관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점잖은 이들이었고, 체면을 차리기 위하여 이내 소란을 가라앉히고자 하였다.


배우가 큰 소리로, 관객들을 향해 삿대질 하는 것처럼 첫 대사를 외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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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de!"


배우는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첫 대사를, 마치 관객들을 향하여 선전포고를 하듯 외쳤다.


Merde. 프랑스이므로 당연히 불어다. 하지만 그 의미가 중요하다. 사전적인 의미론 '똥'이지만, 한국어에도 비슷한 의미로 대체할 만한 단어가 있다.


"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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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 갑자기 소죠젠센이 크게 울려퍼진 강의실처럼, 순식간에 분위기는 말 그대로 갑분싸가 되어버렸다.


뜬금없이 욕설을, 그것도 자신들을 향하여 말하는 것처럼 느낀 관객들은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우들은 계속 기괴한 연극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점점 많은 관객들은 이 기괴한 무언가, 연극도 아닌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들은 점점 야유했고, 급기야 소요까지 발생할 위기에 처한다.


이 날의 연극은 연극 역사의 전설적인 스캔들 중 하나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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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9세기에 익숙한 관객들과 달리, 그 자리에 있었던 예이츠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다르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날 뜬금없이 조까라며 외설적인 농담을 지껄이고, 셰익스피어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며 기괴하게 뚱뚱한 분장을 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20세기가 시작되고, 진정으로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예이츠는 이날을 자신의 자서전에서, 친구에게 내뱉은 유명한 소감으로 평한다.


"우리의 시들이 끝나고, 우리의 옅은 색채와 불안한 운율이 끝나면, (중략) 무엇이 더 가능할까? 

우리 다음엔, 야만적인 신만이 지배할 거다."


칭찬 같지 않아보이지만, 예이츠 본인은 이 연극과 작가를 실제로 무척이나 극찬했다. 다만, 최후의 낭만주의자의 시선으로선, 이제 자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야만적인 모더니스트들의 시대를 예감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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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야만적인 신의 재림을 알린 알프레즈 자리(쟈리)는 1873년 9월 8일 프랑스에서 태어난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하던 그는 공부를 위하여 파리로 오지만, 사실 공부보다는 알코올, 특히 압생트에 중독되고 만다.


군대도 의무입대하지만, 사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 주었고, 다시 의무 복무를 마치고 파리로 돌아온 그는 작가 생활과 술 마시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사실 쟈리는 청소년 때부터 이미 주변 친구들로부터 괴상한 유머 감각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거기에 학교의 고지식한 선생님을 가지고 패러디하는 연극을 쓰기도 하였는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자리 본인까지도 이 학창시절의 장난이 훗날 문학의 역사를 바꾸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동료 작가들과 어울리며 상징주의자로서 시도 쓰고 글도 쓰는 가운데,오느 <적그리스도 세자르>라는 첫 희곡을 발표한 후, 자리는 학창시절, 선생님을 골리기 위해 썼던 연극을 다시 수정하기 시작한다.


배불뚝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교묘하게 비틀고 패러디하면서, 거기에 외설적이고 더러운 농담과 속어로 가득찬 기묘한 작품으로 개조하기 시작한다.


자리 본인은 본래 인형극으로 구상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로 이루어진 무대에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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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뷔 왕>이라는 기괴한 제목의 극은 앞서 말했던 대로 끝끝내 파리의 극장에서 파리 시민들 앞에 공연되게 되고, 스캔들로 전설이 된다. 


오늘날까지도 초현실주의와 다다의 선구작이자, 부조리극의 효시, 현대극의 시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희곡이 1896년에 발표되었다는 걸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오늘날에도 충분히 파격적인 걸 19세기 관객들 앞에 용케도 올리고 만 것이다.



물론 자리 본인은 괴짜였고, 사람들이 무어라 하든 신경 하나 안 쓰고 계속 글을 쓴다.


<위뷔 왕> 자체는 후속작들도 가지게 된다. <오쟁이 진 위뷔>, <사슬에 묶인 위뷔> 등 쟈리 생전엔 미처 공연되지 못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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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술에 집착하던 자리의 건강은 계속 악화되었지만, 그 가운데 그는 <파우스트톨 박사> 등의 산문도 쓰고, 무엇보다도 '파타피직스'를 고안해낸다.


오늘날도 여기저기서 인용되는 이 '파타피직스'는 간단하게, 학계를 비웃으려는 유사과학이다.


우스꽝스럽고 말도 안 되는 유사과학이나 가짜 인용들. 이런 것의 원조이자 시초다.


물론 이러한 '파타피직스'는 훗날 '상상'의 원천으로 취급되며 더욱 높게 평가받지만, 사실 쟈리 본인은 그걸 알 수 없었다.



아폴리네르, 피카소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에게 알프레드 쟈리는 우상이 된다.


안타깝게도 쟈리는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진 못한다. 건강악화로 34살에 죽는다.


짧은 생이었지만, 그를 시작으로 초현실주의가 나오고, 또 부조리극 등이 나왔으니, 참으로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작가였다.


<위뷔 왕> 번역본도 있지만,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파우스트롤 박사>가 워크룸 선집에서 나올 예정이란 말이 있으니 존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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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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