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볼 만하네
아직 천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내 독서 체력이 받쳐줄까 걱정했는데
책 자체가 그럭저럭 재밌다 보니 수월하게 넘어온 듯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에필로그
40 페이지가량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던 거 같다
그중의 백미는 미생물 꿈 파트
초반에 있었던 말 학대 꿈이랑 비슷하게
로쟈가 느끼는 감정이 나한테까지 온전히 전달되는 듯한 기분
그 외에도 스비드리가일로프나 포르피리랑 대화하면서 로쟈가 고통스러워 하는 부분들도 괜찮았고
하나 신기했던 건
로쟈가 하는 기행들, 그러니까 길을 걷다 생각에 잠기며 우뚝 멈춰서거나 끊임없이 혼잣말하는 것들이 일종의 문학적 허용(?)이 아니라 실제로 작품 속에서도 이상한 행동들이었다는 거 ㅋㅋㅋ
비극이나 고통을 강조하는 도끼 특유의 문체인가 했는데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로쟈한테 '당신의 이런 행동은 이상한 행동이다'라고 말하고 로쟈도 인정하는 장면 보고 좀 웃기더라
죄와 벌 자체랑은 상관없는 개인적이고 유치한 감상이지만
뭔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갑자기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았음 ㅋㅋ
읽기 전에는
어차피 3~500 페이지 정도의 평범한 장편 소설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천여 페이지나 들여서 한 권의 소설을 소화하는 건 낭비 아닐까 했는데.. 적당히 괜찮은 경험이었던 거 같음
중간중간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고전 명작 하나를 깨부쉈다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는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소설의 마지막 단락도 왠지 거대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장엄한 마무리 같아 멋있어 보이더라
그리 명문은 아니지만.. 이 소설 자체가 불후의 고전이 되리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ㅋㅋ
마지막 단락은 그대로 여기에 옮겨와 본다.
----------
그는 새로운 삶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고, 장래의 위대한 업적으로 그것에 보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이미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점차로 갱생해 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한 인간의 점진적인 재탄생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현재 우리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났다.
----------
캬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