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도서관가서 책 골라줬는데
1. 이 친구가 독서에 입문한 계기는
시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시를 잘 쓰고 싶어서임
2. 나도 1번의 이유로 독서입문했기에
내 경험을 최대한 참고했음
3. 친구 말로는 그냥 막무가내로 박치기해볼테니
알아서 추천해달라고 했음
근데 나는 그럼에도 최대한 입문난이도와 흥미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음
그런 고로 다음과 같이 책을 선정함
1. 일단 시집은 넣어야 했음
친구는 현재 시를 쓰고싶어하기에
닮고싶은, 따라하고 싶은 시스타일을 발견하고
현대시에 경외를 품게 만드는게 우선순위임
시 열편정도를 보여줬음
내가 생각했을때 입문용 베스트는 황인찬임
난이도도 적당하고 현대시의 세련됨과 와 잘썼다 느낌
근데 친구는 황인찬이 별로라했음
최승자 황인찬 고선경 허연 박준 허수경중에서
허수경이 괜찮다고 하길래 허수경을 골랐음
참고로 두번째 픽이 박준이었음
이친구 직관적이면서도 잘쓴 시 좋아하는구나 느꼈음
정서는 찐하면서도 남다른 퀄리티가 보장되어야한다고 느껴서
양안다는 내가 그냥 추가로 넣었음
그렇게 고른게
허수경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양안다 - (이것은 천재의 사랑을 하려고했는데 도서관에 없어서)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들
이렇게 두 편을 골라봤음
2. 단편소설 하나만 추가하자 싶었음
시집은 느낌은 좋고 읽는 경험은 좋은데
잘 휘발됨
반면 소설은 읽고나면 기억에 잘 남고 공부했다는 뿌듯함이 들음
시는 읽고나면 아리송 아리송 아직 잘 모르겠네 싶기 때문에
친구에게 차근차근 한발짝 독서목록을 쌓아가는 즐거움도 알려주고 싶었음
그렇지만 친구의 현 관심사가 시니까 소설은 딱 뿌듯한 경험 맛보기로 단편집중에서 단편하나만 골라주기로 결정함
더군다나 소설을 긴급히 하나 추가한 이유는 내 경험으로
허수경 시가 ㅈ나게 어려웠었기 때문임
아무리 박치기를 해보겠다지만 허수경시는 나는 진짜 이해 못하는 나 자신을 죽이고싶을정도로 겁나어려웠고 5일가량을 붙들어맨 다음에야 겨우 정서라도 느낄 수 있었음
양안다 시도 정서를 느끼긴 쉬워도 명료히 이해하기엔 쉬운 시는 아님
황인찬 정도의 난이도로 입문해야하고
나는 황인찬으로 입문했건만
나는 황인찬에 사랑에 빠졌었는데
이 친구가 황인찬 안좋아하니 어쩔수가 없었음
여튼 그렇게 단편을 고르기로 했음
3. 카프카가 맨 처음 떠올랐음
카프카의 선고를 읽게 하고 싶었는데 도서관에 없었음
차선책으로 보르헤스 픽션들의 "원형의 폐허"를 골랐음
쉽고 직관적으로 무한의 비밀을 다루면서 분량도 12쪽으로 짧았으니까 적절한 픽이라고 생각했음
원형의 폐허를 골라주면서
"야 꼭 이거부터 읽고, 이 소설집 대단한 소설집이야 우주의 비밀이 담겨있다 너가 좋아할거야 읽고 맘에들면 첨부터 읽어봐"
라고 했다
4. 결국
허수경 양안다 보르헤스
3권의 책을 추천했다
너무 어려운거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되는데
내가 독서에 발을 붙인
그 충격을 최단기간안에 전달하려고 하니까 맘이 급해진다
친구는 내 말을 안듣고
픽션들 원형의 폐허부터 안읽고
우크바르 틀뢴 떼르띠우스
즉 처음부터 읽고 있다
처음엔 처음부터 읽고있는걸 보고
흡족하니 원형의 폐허가 맘에 들었나보군 흐뭇해했는데
알고보니 그래도 순서가 있는데 첨부터 읽겠다고 첨부터 읽은 것이다
우크바르 틀뢴 떼르띠우스는
픽션들중에서 난도가 높은 편이다
우크바르까지 다 읽고 얘기를 나눠보니 충격을 받지 못하고 아리송한 상태더라
난 우크바르 처음읽고 문화충격을 받았단 말이다!!!!!!
우크바르는 내 기억으로 특이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고 과학과 생물지식도 전혀다른 외계행성에 대한 백과사전을 비밀처럼 추적하는데
우주에 대한 보르헤스의 고민이 가상의 우크바르 별에(틀뢴별인지 오르비스떼르띠우스별인지는 기억 안난다) 창작하고
그 창작에 대한 거짓 백과사전에 대한 언급인 상호텍스트주의인지 메타픽션인지가 어우러진 추리소설느낌 나는
여튼
읽고나면
우와!!! 해야하는데
얘가 반응이 없으니까
ㅈ댔다 싶었다....
어쩌지....
원형의 폐허들
아니면
픽션들에는 없지만
난쟁이들 나오는거랑
표범의 줄무늬 읽는거 등등 좋은거 많은데...
하.. 픽션들 말고 알렙을 추천했어야했나
픽션들은 좀 더 순수하고 명료하고
알렙은 좀 더 풍성하고 다채로워서
내 개취는 알렙인데
(읽는 순서는 픽션들이 먼저여야함)
입문용으로 보르헤스는 씹비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