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0490f719b5876bfe20b5c6b011f11a39dc8efe049b10c9e9


<낙원의 이쪽>은 낭만적이고 아름답고 우울하고 혼란스러운 소설이다. 피츠제럴드의 데뷔작으로, 프린스턴에 다녔던 피츠제럴드의 자전적 요소가 짙게 드러난다.
1부에서는 부유한 집안에서 고전 교양을 학습하며 자라난 에이머리가 프린스턴에서 이상을 꿈꾸며 자신에 대한 확신에 차있던 나날, 그리고 2부는 1차 세계대전 이후로 현실에 던져진 에이머리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빅토리아 시대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은 세계 대전과 함께 끝나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옛 시절의 고전에 정통한 인재를 필요치 않다. 대신 적당히 일할 수 있는 직원과 그 위의 자본가만이 있을 뿐이다.
젊은 에고티스트는 사랑에 실패하고, 사회적 성공에 실패했다. 그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환멸을 느끼고 방황한다. 그리고 그 환멸의 끝에서 에이머리는 자신을 이루던 환상이 모두 깨졌음을 인지한다. 그를 구성했던 빅토리안식 교양, 그리고 자신의 ‘특별함’과 재능으로 사회에서 성공하고자 했던 욕망은 이제 덧없이 사라진다. 그는 다시 ‘아무 장식도 없는 나뭇가지’, 본연의 에이머리가 되었다.
마침내 에이머리는 환상에서 깨어나 진정한 자신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에이머리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깨달음과 동시에 끝이 난다. 그 이후 에이머리가 어떠한 사람이 되었는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화려하게 시작한 이 소설은 맥 빠지고 허무한 결말로 끝맺는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전후 시대 젊은이들의 혼란스러움과 공허함을 더욱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더이상 현자는 없었다. 더이상 영웅도 없었다. 번 홀리데이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몬시뇨르는 세상을 떠났다. 에이머리는 천 권의 책과 천 개의 거짓말로 자라났다. 그는 아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들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었다. 한때 밤의 고요한 시간에 그를 경외감으로 가득 채운 성인들의 신비한 몽상은 이제 약간 역겹게 느껴졌다. 산꼭대기에서 삶을 거역하던 바이런들과 브룩들은 결국 한량이나 가짜에 불과했고 기껏해야 용기의 그림자를 지혜의 실체로 착각하는 자일 뿐이었다.


종소리는 끝없는 꿈처럼 계속되었다. 과거의 정신이 새로운 세대를 고요히 뒤덮고 있었고, 혼란스럽고 단련되지 않은 세상에서 선택된 젊은이들은 여전히 죽은 정치인과 시인의 반쯤 잊힌 꿈과 실수를 낭만적 양분으로 삼아 자라고 있었다. 기나긴 낮과 밤의 몽상을 통해 낡은 구호를 외치고 낡은 신조를 배우는 새로운 세대가 여기 있었다. 결국 사랑과 자부심을 좇아 그 더러운 잿빛 혼란 속으로 들어가도록 운명지어진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가난을 더 두려워하고 성공을 더 숭배하는 데 전념하는 새로운 세대. 자라고 보니 모든 신은 죽었고, 모든 전쟁은 치러졌고, 인간에 대한 모든 신념은 흔들린 세대……


아직 위대한 개츠비 읽기 전인데 기대되네여

재밌게 읽었음 끝

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