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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철은 한국 시문학의 '해체시' 사조를 언급할 때 황지우와 함께 곁다리로 딸려나오는 시인인데, 독붕이들은 독갤에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박남철의 가장 유명한 시, <독자놈들 길들이기>로 그의 이름을 들어봤을지 모른다.
<독자놈들 길들이기>
내 詩에 대하여 의아해하는 구시대의 독자 놈들에게→차렷, 열중쉬엇, 차렷,
이 좆만한 놈들이……
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정신차렷, 차렷, ++, 차렷, 헤쳐모엿!
이 좆만한 놈들이……
해쳐모엿,
(야 이 좆만한 놈들아, 느네들 정말 그 따위로들밖에 정신 못 차리겠어, 엉?)
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엇, 차렷……
이 시는 말하자면 시인과 독자의 관계를 역전시키고 파괴한 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도 관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시 역시 세상으로 나와 독자와 만나야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크레딧에서 유저들에게 플레이해줘서 고맙다는 메세지를 남기는 것도 그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독자님들이... 독자님들... 독자분들... 그러나 이 시에서는 독자놈들이다.
박남철의 해체는 당연한 것의 해체이고, 형식의 해체다. 독자님들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시를 거꾸로 쓰거나, 상하를 반전시키거나, 화학식을 삽입하거나, 제목과 부록만 남기고 본문은 쓰지 않는 것이 그 예시다.
그러나 이 시집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자면,
1. 시인은 절망하고 있다는 것
꿈꾸지 마라 너희들은 절대로 용이 될 수 없다(용이란 아무나 되는 게 아냐 절대로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 - 잠실통신
나는 이제 시인이 될 꿈도 포기한다
(이 역시 얼마나 무서운 꿈이라는 걸 너희들은, 이건 괄호도 닫지 않겠다) - 꿈
이제 나는 이 지상 <위>에 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하여 포기한다 원망하지도 저주 역시 포기한다 - 심판
나는 내가 시에서 매도해 마지않는 이 세상의 밥의 진실과 시의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조금도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거의 절망하고 있는 사람이다 - 우리 죽고 나야 이 세상에 평화가
2. 박남철이 본 시대, 그러니까 지상은 정상적인 곳이 아니라는 것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다고 말해지고 있사옵니다, 언제나 출타중이신 아버지시여 아멘 - 주기도문
이 정도의 생각만이 남았고 나머지는 80년대 멘헤라 중년의 시를 보는 듯 하여 딱히 와닿지 않았다. 80년대 멘헤라라면 그러니까, 무슨 몇 페이지 넘길 때마다 나를 죽여다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하는 것과, 육두문자를 날리다가도 금새 자리에 앉아 나는 병신이야... 나는 쓰레기야... 하는 요상한 태도를 내 나름대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도 <독자놈들 길들이기> 말고 인상 깊은 시가 하나 있었는데, 한번 보자.
요즘 나왔으면(애초에 나오지도 못했겠지만) 문단은 물론이고 대중의 반응이 어땠을지 참 궁금한 시다. 나름의 해석을 해 보자.
'포항여고 그 계집애'는 화자에게 있어 다가갈 수 없는, 환상의 존재다. 고등학교 시절 교제에 실패해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소녀인데, 이 소녀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여동생에 의해 갑자기 찾아온다. 그런데 그 소녀를 만난 화자의 반응은 곧 폭력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나는 왜 나인가" 물으면서 "나를 함부로 깎으면서" 책상 모서리를 깎는다.
시의 구성을 생각해 봤을 때 소녀를 줘패는 것은 자기부정의 감정을 타자에 대한 분노로 표현하는—책상 모서리를 깎는 것과 같은—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첫사랑 그녀는 왜 '죽도록 얻어맞'아야 하는가? 모르겠다. 첫사랑 그녀가 '심각한 편지'(연애편지?)를 보내고 다니는 여자였다는 걸 알고 환상이 개박살이 나서 이 씨발11년도 존나 패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것일까? 모르겠다. 좌우지간 불쾌한 시다. 여자들이 읽으면 배로 불쾌해할 시다. 내 시가 불쾌하다고?
이 좆만한 놈들이……
해쳐모엿!!!
박남철 씨의 시는 이제 더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첫사랑 저거 실화였다던데
개씨발 朴평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