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 작가가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난 게 2010년 6월 23일, 그러니까 딱 16 년 전 오늘이라고 합니다.

    

1950년대 단편소설들로 6.25 전후 문단을 뒤흔들며 한 시대를 지배했고, 1960년대부터 작품을 거의 쓰지 않고 은둔했다 알려졌지만... 

실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에 신문 & 잡지 연재로 발표한 장편소설만 10편이 넘습니다. 신문 연재 소설의 특성 상 읽는 재미가 보장되는 작품을 썼고, 손창섭 특유의 막장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과 사회의 타락한 면모를 잘 드러냅니다. 1960년대에 이미 미성년자의 원조 교제, 스폰 받아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 돌씽 등을 태연히 등장시키는데, 단편에서의 밀도와 어두운 감정선은 장편에서 많이 떨어지지만 마치 TV드라마의 막장 연출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어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손창섭의 장편 [인간교실]도 역시나 막나가는 돌씽들을 남주 여주로 내세우고, 서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단 바로 주변의 온갖 사람들과 농도 짙은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아가는 것을 가감없이 묘사합니다. 여성의 자유 연애를 다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작가는 정비석의 [자유부인]이 대표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손창섭은 몇 곱절 더 수위 높은 인간들을 마구마구 인해전술로 등장시키고 있으니, 세상에나 이게 1960년대 작품들이란 말인가... 일본에서 하루키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주로 묘사했던 일을, 손창섭은 한국에서 1960년대 신문 연재 소설로 이미 다 저질러버리고 있었던 겁니다.

더 나아가 1960년대 말부터 그의 작품들이 잇달아 영화로 제작되었고 특히 [부부]가 영화화되어 큰 히트를 했는데, 한국 영화 최초로 여주인공의 올누드 장면이 들어가서 큰 화제였다고 합니다. 소설이 그러하니 영화도 원작을 따랐던 것인데... [별들의 고향]도 [영자의 전성시대]도 그보다 앞서 길을 개척한 것은 손창섭의 1960년대 신문 연재 소설의 막장극들과 그것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들의 후예들인 셈입니다.

   

이렇게 1960년대 손창섭은 문학적 평가는 좀 떨어졌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신문들로부터 장편 연재 의뢰가 들어오고 영화도 계속 히트하니, 마음만 먹으면 잘나가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죠. 하지만 기인 은둔작가 송창섭은 비바람만 겨우 가리는 움막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썼다고 하고, 무엇보다 문학인들과도 거의 교류하지 않고 그냥 혼자서 지냈습니다. 

손창섭은 자극적인 소재와 인물들이 막장 스토리를 펼치는 장편소설들을 신문연재로 10년 가까이 쓰면서 대략 10편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문학적으로 거의 평가받지 못해 그는 1960년대 이후 평단에 투명인간 취급을 받게 됩니다. 10 년 동안 쉴 새 없이 장편을 쏟아내는 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것인지, 혹시 1950년대의 단편에 비해 1960년대 이후 써낸 신문 연재 장편들은 지금으로 치면 할리퀸/라노벨 취급을 받았던 것인지... 신기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