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때부터 해방을 맞이한 후 6.25 전쟁을 겪은 세대 중 작가가 된 사람은, 6.25 전쟁을 작품으로 쓰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바로 그 뒷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도 6.25 전쟁의 여파가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경우, 반드시 살면서 6.25 전쟁을 다루는 글을 씁니다.
이는 본래 만국 공통의 현상입니다. 살아가면서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작가가 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문학으로 풀어내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트 보네거트는 2차 대전 당시 겪었던 드리스덴 폭격을 소설을 쓰기 위해, 프로 작가가 되고도 충분한 글솜씨가 무르익을 때까지 십 수년을 더 단련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일을 어떻게 문학으로 승화시킬 것인지 준비가 되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제5도살장을 썼고 전설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1950년부터 1980 년대까지, 대략 30년의 세월 동안 한국 문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중 6.25를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했고, 그래서 꾸준히 자신의 경험과 아픔을 소설로 형상화하여 써낸 작품들이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글솜씨 있는 작가라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그 시절을 다루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시대는 다릅니다. 2026년 현재, 6.25 전쟁을 겪거나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은 작가들은 이제 80살 넘긴 늙은이가 되었고, 자신들이 겪고 느꼈던 충격을 소설로 쓰면 그 경험을 같이 공유하면서 함께 울어줄 독자들 역시 모두 늙었거나 세상을 떠나면서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새 6.25 전쟁을 다루는 소설은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문학의 상당 지분은 6.25 전쟁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들 중에는 어느새 필독서의 자리에 위치하여 꾸준히 읽히는 작품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6.25 관련 소설은 하근찬의 [수난이대]입니다. 본래 중고등학생 시절 교과서를 통해서 처음 접했던 이 작품은, 6.25 전쟁의 치열함이나 참혹함 또는 이데올로기 대립 등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6.25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도 어떻게든 끈질기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에 집중하고, 어떤 고난이 와도 불구가 되었어도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쳐가며 그 고난 앞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일제 징용으로 팔을 잃은 아버지와 6.25 전쟁으로 다리를 잃은 아들이 외나무 다리를 서로 힘을 합쳐 건너는 모습은, 이게 교과서에 실려 수험공부를 위해 꼭 읽어야 한다 만다 이런 학교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귓등으로 듣게 만들었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비극과 아픔에 슬퍼하기보다,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데, 이런 게 바로 진짜 문학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황순원 선생의 [카인의 후예]는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을 다룬 소설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입니다. 본래 6.25 전쟁 직후 발표되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6.25 전쟁 직전 북한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고, 6.25 전쟁의 비극에 이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지주와 마름의 관계, 지주 집안 출신이지만 근대 교육을 받고 고향에 돌아와 야학을 열면서 농민 계몽 운동을 하던 젊은 청년, 그런데 그 동네가 소비에트의 관리를 받게 되고 공산정권이 설립되어 통제되게 되면서 지주를 잡아 죽이는 일이 벌어지자 하루 아침에 돌아서는 농민들의 모습이 무척 건조하면서도 적나라한 묘사로 다루어집니다. 평안도 출신으로 집안 사람들은 북에 있었지만 결국 남한에서 살았던 실향민이었던 황순원 선생이, 6.25 전쟁 발발 직전 농촌이 어떤 상황이었고 왜 6.25 전쟁에서 그토록 많은 학살이 이어졌는지를 [카인의 후예]라는 경장편으로 담당히 서술한 것인데... 소설이지만 한 시대를 증언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하근찬 메모
이번에 천명관이 625 직후를 다뤘다는데 도서전에서도 잘 팔리더라
나는 그 시대상 담긴 박완서 소설들 좋아함
싱아 + 그산 + 나목 + 엄마의 말뚝 단편 시리즈 : 자전 연작 4부작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 이렇게 박완서가 남긴 책 다섯 권은 6.25 전후와 이후 이어진 상실 & 이산가족의 아픔를 다룬 명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때 교과서에 있던 기억 속의 들꽃이랑 장마 재밌게 봄
읽어보진 않았지만 홍성원의 <남과 북>도 잘 썼다던데
어릴 때 625전쟁 다룬 작품들 좀 읽다가 너무 괴로워서 항상 끝까지 못 읽었는데 요즘 다시 보니까 읽을 수 있겠더라 끝까지 읽어봐야지
난 유예가 최고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