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배우들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들이 가능한한 괴로워했으면 좋겠다고 어느 날 사뮈엘 베케트는 생각했다.
오랜 고심 끝에, 그는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1952년, <고도를 기다리며>
기괴한 몸짓들. 끝없는 침묵. 허름한 옷차림.
거기에 포조 역할의 배우는 밧줄에 묶인 채, 한 마디도 못하고 계속 몸짓만 하다가, 그 유명한 '생각해!' 장면에선 수백 단어에 이르는 장광설을 내뱉어야만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괴롭겠지만, 베케트에겐 아니었다.
"부족해...!! 더! 더 괴로워해야해!"
1957년, -가망없음 - <엔드게임>
<고도>의 연장선으로 베케트는 더더욱 배우들을 괴롭히기 위한 묘책을 내놓는다.
일어설 수 없기에, 의자에 앉은 채, 썬글라스를 껴야하는 햄.
앉을 수 없기에 계속 선 채로 무대를 왔다갔다 하고, 햄의 의자를 옮겨야하는 클로브.
쓰레기 통 속에서 뚜껑을 열어주기 전까진 계속 쭈그리고 있어야하는 넬과 네그.
배우 학대의 현장으로 고발당할만 했지만, 아직도 베케트에겐 부족했다.
"음.....아예 몸을 없앨까?"
1961년, <행복한 날들>
이 부조리극은 모래에 몸이 반쯤 파묻힌 위니의 '행복한 날'을 다룬다.
꼼작 못한 채 모래더미에서 상반신만 움직이며 연기를 해야하지만, 생각보다 할 만 해보인다고?
물론 베케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행복한 날들>을 2막으로 구성했다.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면
이제 위니는 목 위만 남은 채 모든 게 모래에 파묻힌 채, 2막을 진행한다. 막이 끝날 때까지.
"아 시원하다."
이 컨셉이 제법 맘에 들었는지, 베케트는 꽤나 재탕한다.
1963년, <연극>
바로 다음 작품에선 아예 처음부터, 그것도 3명의 배우 (남 1, 여 2)가 항아리에 갇힌 채 목만 내밀고, 괴상한 분장까지 해야한다.
스네이프 교수님 알란 릭맨마저도 베케트에게 당했다.
"배우쿤! 아직도 부족하잖아! 얼굴이 아직도 있잖아!"
하지만 베케트의 배우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는다.
1972년, <내가 아니야 Not I>
짤방 같지만 실제 공연 장면이다.
이제 베케트는 배우의 얼굴마저도 사라지기를 원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이제는 식상한 거 같은데....여전히 배우쿤들이 떠들잖아."
1981년, <쿼드>
이제 '배우들'은 모든 걸 가리는 망토를 쓴 채, 어떠한 대사도 없이, 베케트가 정한 지시에 따라 미치도록 원을 그리고 서로 크로스하게 된다.
"옳게된 배우란 이런 거야."
기나긴 베케트의 커리어는 배우들을 더욱 참신하게 괴롭히기 위한 장대한 고뇌의 투쟁이었다.
물론 농담이다.
베케트는 배우들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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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주의의 끝이 베케트가 아닐까.....?
멋진데?
배우들 돈은 많이 줬음?
고통받는 배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