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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은 그의 전작들보다 몹시 읽기 까다롭다. 시간 순서가 뒤섞인 서사 구조와 만연체는 몇몇 독자에게는 쓸데없이 현학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포크너를 위해 옹호하자면, 그의 소설 형식의 난해함은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불완전성과 필연적이고 보편적인 고통과 갈등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명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지금까지 견뎌낸 인생에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과 이에 따른 어여러 행위를 추론하고 탐구해야만 하는데, 이 과정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가능하겠지만, 인간의 망각과 본능은 그 자신마저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 내면 속의 어두움은 이해되지 못한 채 남는다. 그 인간을 품고 있는 가문과, 가문을 품고 있는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포크너는 인간의 어두움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친 작가다. 이 소설은 19세기의 리얼리즘 작품과 달리 서사 구조가 파편화되어있다. 이미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종말을 맞았다. '소리와 분노'에서도 등장하는 인물 퀜틴이 1909년 사건에 연관된 노파인 미스 로자와 대화하는 초반부와 1910년 기숙사 방에서 퀜틴이 슈리브에게 사건의 여러 이야기를 말해주고 서로 대화하는 중후반부가 현재의 서사이고, 퀜틴이 아버지에게 들은(그리고 그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와 미스 로자에게 들은 회상 그리고 서로 대화하면서 지나간 행위들을 추론해보는 상상은 과거의 서사라 볼 수 있다.

과거는 여러 인물들에게 반복되어 표현된다. 1833년 토머스 서트펜이 흑인 20명을 이끌고 등장한 것부터 시작해서 그가 콜드필드 가문과 연을 맺고, 아들 헨리가 딸 주디스와 썸을 타던 찰스와 함께 가출하고, 남북전쟁에 참전하고, 헨리가 찰스를 살해하고, 미스 로자가 서트펜에게 분노했다는 옛 이야기들이 계속 서술된다. 독자는 '무엇'과 '어떻게'를 알지만 '왜'를 알지 못한 채 과거에 끌려간다. 이미 죽어버린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을 주워담아 이파리들을 붙일수록 살아숨쉬던 나무의 이미지와 가까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독자는 소설을 읽어갈수록 인물들의 어두움에 접촉하고, 그들의 욕망을 이해하며 여러 사건들에 얽매여져 추락한 운명에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토머스 서트펜의 추악함과 비도덕성이 혐오스러우면서도 그의 용기와 명민함은 인정하기도 하고, 찰스가 혼혈아 부인을 버리는 행동이 그가 애증하던 어떤 인물과 똑같다며 그를 비판하기도 하면서 그가 헨리에게 죽기 전 어째서 혼혈아 가족의 사진을 가슴 속에 품었는지 이유가 나오는 후반부에는 뭉클해지기도 하다. 아버지의 업보의 심판을 대신 받고 파멸한 헨리와 복수와 증오 대신 차분한 자비와 운명에 대한 순응을 보여줬던 주디스의 행동에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와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낸 비극 속에 가능성을 품고 있는, 그리스 비극이 보여줬던 인간의 위대함과 강인함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난해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구성이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해 감상문 쓸 때 이야기의 핵심적인 내용은 되도록 말하지 않았다. 물론 반전에 치중하는 작품은 아니니까 이미 대략 알고 있거나 눈치 챘어도 읽는 것을 주저하지 말기 바란다. 근데 이걸로 입문하지는 말고 다른 책 먼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