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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의 '93년'은 큰 틀에서 '레 미제라블'과 동일한 주제를 공유한다 느꼈다. 냉혹하고 이분법적인 사법체계 그리고 그러한 선악의 저편에 있는 인간적 가치 사이에서의 갈등. 그렇다고 해서 결코 위고가 대혁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은 아니다. 나 또한 몇번이고 생각해봤지만 대혁명은 인류에게 광휘를 가져다 준 위대한 사건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21세기의 나 자신이 최근 대혁명에 대해 가지는 '정말 그러한 방법 밖에 없었을까?' 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위고는 백년도 전에 먼저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문제는 폭력이었다. 작중에서 묘사되듯, 인간은 자연과 달리 파괴하는 행위만 하기에...만민을 사랑하고 보듬기 위해 태어난 공화국이 국가적 폭력의 형태로 국왕을 살해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Outlaw로 지정하는 그 순간부터 공화국은, 혁명은 탈선해버린 것이다. 작중에서 언급되듯, 왕을 죽이기로 한 혁명 삼걸은 왕의 목을 자른 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왕과 마찬가지로 단두대로 가지 않았던가?(단, 마라는 제외)
위고는 이러한 폭력을 그저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왕당파와 공화파라는 정치적 이념을 초월한 인간적 가치(혹은 善)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용서요, 희생이요, 사랑이다. 레 미제라블과 마찬가지이다. 공화국 군대에게 포위된 라 뚜르그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했던 후작은 불타는 라 뚜르그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금 공화국 군인 앞에 나타나고, 공화국 군인들은 사다리를 만들어 아이들을 후작에게서 받으며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낸다. 그야말로 선악의 저편에 있는 사랑이라는 가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고 나서 후작은 씨무르댕에게 체포된다. 공화국 군대 지휘관인 고뱅은 정파를 초월한 가치를 엿본 후 마찬가지로 선악을 뛰어넘어 후작을 탈출시키고 당당하게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는다. 자신의 신념인 공화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아들처럼 여겼던 고뱅에게 사형을 언도한 씨무르댕은 고뱅의 목이 날아감과 동시에 자신의 가슴에 권총을 쏴 생을 마친다. 아 자베르!...그야말로 비극이다.
공화국이 더 포용적이었다면, 혁명이 더 상냥했더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혁명은 그야말로 사람의 의지가 조종하는 것이 아닌, 사건이 사람을 지배하는 현상이기에, 사람을 뛰어넘은 절대적 의지가 혁명을 이끌기에 if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글 솜씨가 없어서 미안
내가 두 도시 이야기 읽으며 느낀거랑 비슷함. 폭력에 억압된 사람들이 폭력으로 갚아주는걸 비판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과 희생의 숭고한 정신은 죽지 않는구나.. 라는거
두 도시 이야기도 아마 혁명 관련된 내용이었지? 읽어봐야겠네
[브루타뉴의 야이들] 로 재출간된 번역본도 있음. 위고 작품은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드 파리 (노틀담의 꼽추), 웃는 남자 - 이렇게 3편이 압도적으로 좋고, 바다 사나이나 다른 책들은 영 못미치는데... 만년에 썼다는 [93년]이 대미른 장식한 듯 하여 꽤 좋았음. 톨스토이가 [하지 무라트]로 작가 생활 막바지에 수작 뽑아낸 것과 비슷한 느낌